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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한림대의료원 공동 기획 ‘난청을 극복하자’ ① 만성 중이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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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김형중 교수가 만성 중이염 환자의 귓속을 살펴보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우리나라 12세 이상 인구의 15.2%가 양쪽 귀 난청이다(2008 국민건강영양조사).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60대의 30.6%, 70대에선 48.9%가 난청 환자가 된다. 난청은 후천성이 더 많다. 귓속에 염증이 생기거나 고막이 파열되면 귓바퀴에서 모인 공기 진동이 달팽이관(와우)에 전달되지 않는다. 시끄러운 소음에 오래 노출되거나 나이가 들어도 서서히 청력 기능을 잃는다. 중앙일보는 한림대의료원과 공동으로 ‘난청을 극복하자’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번째는 청력 저하의 주범, ‘만성 중이염’이다.

중이염 3개월 이상 묵히면 청신경 손상 우려

만성 중이염은 후천성 난청의 대표적 요인이다. 유병률이 2.7%나 된다. 대부분 어릴 때 삼출성 중이염을 치료하지 않아서 생긴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성광 교수는 “7세 이전의 어린이는 목과 귀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 목 감기가 귓병으로 잘 이어진다”며 “중이(中耳) 내 미세혈관에서 물이 빠져나와 장기간 고여 있다가 고막과 주변 뼈를 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소리는 외이도→고막→이소골→달팽이관(와우)→대뇌로 전달된다. 이때 고막 안쪽부터 달팽이관 전까지가 중이다. 이 부위가 바이러스·세균에 감염돼 만성화한 질병이 만성 중이염이다. 중이염을 3개월 이상 묵히면 고막이 녹아 구멍이 뚫리기 쉽다.

 고막은 지름 0.9㎜, 두께 0.1㎜의 얇은 막으로 안쪽이 공기로 차 있어 마치 북처럼 소리를 울린다. 고막 천공이 생기면 소리 전달이 안 될 뿐 아니라, 고막 안쪽에 있는 청각기관이 외부에 직접 노출된다. 이때 인체에서 가장 작은 뼈 3개로 연결된 이소골이 흐트러지면 소리가 증폭되지 않아 청력이 떨어진다.

 고막이 ‘북면’이라면 ‘북통’에 해당되는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을 유양동이라 한다. 이 부위의 염증에서 생긴 고름이 흘러나오면 악취가 심해 대인관계마저 곤란해진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형종 교수는 “염증이 내이까지 번져 청신경이 손상되면 이명과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며 “중이는 뇌와 맞닿아 있어 두통이나 뇌막염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이 주변으로 안면신경이 지나기 때문에 입이 돌아가거나 눈이 감기지 않는 합병증도 생긴다.

귀에 통증 있거나 진물 나오면 병원 찾아야

옆사람이 하는 말을 부분적으로만 알아들을 때가 있다면 경도 난청을 의심한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안 들린다면 중증이다. 홍성광 교수는 “청력은 한 번 망가지면 되살리기 어렵다”며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중이염으로 귀에 통증이 있거나 진물이 나오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염증 부위를 소독하면 대부분 치유된다. 그러나 10% 정도는 만성 중이염으로 이행된다. 김형종 교수는 “만성 중이염이 있으면 난청이 동반되는데 치료받지 않으면 청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예전보다 덜 들리는 것 같다면 청각기관과 청각신경의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고막 안쪽 중이에 염증이 얼마나 차 있는지, 다른 합병증은 없는지 X선과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는다.

 치료의 관건은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다. 먼저 약물로 염증 발생을 억제해 진물이 나오는 것과 합병증을 줄인다. 그럼에도 지속되면 남아 있는 염증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고막 천공이 있는 경우 , 자신의 측두골 근막을 떼다가 새 고막을 만들어준다. 이소골 이 흐트러졌다면 다시 맞추는 수술을 할 수 있다. 귀 안에서 수술해 흉터가 보이지 않지만 망가졌던 중이가 완전히 회복되는 데에는 최소 6주 이상이 걸린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난청센터는 만성 중이염 수술을 연간 300건 이상씩 시행하고 있다. 특히 김형종 교수는 1989년부터 2010년까지 3492례를 직접 집도한 난청 치료의 손꼽히는 명의다. 김 교수는 “그동안 수술한 2~84세 만성 중이염 환자의 67%에서 수술 후 청력 개선 효과가 있었다”며 “수술 후에도 정기검사와 청각 재활훈련 등으로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게 치료 성과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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