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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악몽 되살린 무바라크 퇴진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사퇴 사태를 둘러싸고 철저한 보도통제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신문ㆍ방송ㆍ인터넷 매체는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대한 독자적인 보
도ㆍ논평을 못하고 관영 신화통신 기사를 받아 쓰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3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사설은 12일자에서 신화통신 보도를 바탕으로 ‘이집트의 안정은 중요성 차원에서 다른 모든 사안을 압도한다.국가가 혼란에 빠지면 정치적인 변화 또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무바라크의 30년 철권 독재통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높은 물가와 실업률이 시위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소식을 짤막하게 전하면서 “이집트의 최근 정세 변화가 되도록 빨리 국가안정과 질서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했다. 홍콩의 언론계 소식통들은 “이집트 사태와 관련 중국의 매체들은 관영 신화통신이 제공하는 기사 외에는 독자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신랑(新浪)ㆍ왕이(網易) 등 포털사이트도 신화통신의 기사를 전재하고 있다. 명보는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이집트 국민은 각성했는데, 중국인들은? ’이라고 되묻는 글이 한 때 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13일 오후에는 ‘이집트’, ‘튀니지’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뜨지 않거나 ‘관련 법과 규정, 정책에 따라 검색결과를 제공할 수 없다’는 안내문만 뜬다.

이같은 철저한 보도통제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집트ㆍ튀니지 사태를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집트의 시위에 따른 무바라트 사퇴 사태는 1989년 6ㆍ4 천안문(天安門)사태와 연관돼 사건의 재평가와 민주화ㆍ정치개혁 요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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