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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e-메일 한통에 경찰 서장 전보 문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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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현오 경찰청장

경찰청이 10일 의경 대원을 강압적으로 관리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일선 경찰서장을 지방경찰청 과장으로 전보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측은 징계 대상자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의경 관리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일부 경관은 “이런 식으로 하면 의경들을 통솔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남승기 인천 남부경찰서장을 인천경찰청 보안과장으로 전보했다. 후임 남부서장엔 조정필 인천경찰청 보안과장이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남 전 서장이 의경 대원들을 강압적으로 관리한 데 따른 문책성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남 전 서장은 지난달 전·의경 가혹행위 사건이 잇따라 터진 직후 소속 의경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게 하고 TV 시청을 금지했다고 한다. 특히 남 전 서장의 이런 의경 관리는 남부서 소송 의경 한 명이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e-메일을 보내고, 조 청장이 직접 감찰을 지시하면서 밝혀졌다. 경찰은 “남 전 서장의 행동은 자유로운 여가와 휴식을 보장하라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관리지침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 조치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경의 e-메일 한 통으로 경찰서장이 전보되는 조치는 과하며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관은 “전·의경 가혹행위로 경찰에 대한 여론이 불리해진 것과 관련, 조 청장이 해당 서장을 희생양 삼아 엄정한 조치를 취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안 그래도 경찰 조직이 위축돼 있는데 이번 인사는 경찰 조직의 안정보다는 여론에만 신경 쓴 결과로 비쳐져 개운치가 않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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