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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컴덱스, E-Life에 대한 화두

중앙일보

입력

이번 컴덱스 쇼의 가장 큰 이슈는 윈도우 2000으로 대표되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리눅스와의 한판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컴덱스 얼마전에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예비 판정은 이러한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안성맞춤인 재료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 쇼는 질릴 정도로 커다란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Booth)만큼이나 위풍당당한 리눅스관이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실로 외양상으로는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한판대결의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는 대립전선을 분명하게 나누는 전투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외양적 구도와는 사뭇 다르게 이번 컴덱스 쇼의 내면에 짙게, 하지만 분명한 페러다임으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화두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컴덱스에 참가한 다른 많은 이들도 이러한 부분을 느꼈겠지만 외양적인 대결구도 사이에서 컴덱스에 진출한 모든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분명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분명한 그 무엇인가로 집중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다름아닌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전개되고 변화될 미래 사회의 새로운 생활방식, 즉 뉴 라이프(New Life) 사이클인 E-Life(Electronic Life 또는 Digital Life)에 대한 희망에 가득찬 확신(確信)과 예견(豫見)이었다.

이러한 E-Life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학자를 비롯해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의 전략에서 또는 유명한 디지털 기업의 저명인사의 기조연설 등에서 언급되어 왔다. 또한 이미 현재의 생활에서는 많은 부분이 이러한 E-Life의 형태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컴덱스에서는 E-Life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이 거의 종교적 맹신에 가까울 정도로 확고해 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전의 컴덱스 또는 기타의 여러가지 경로들에서는 소위 말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선(Sun), 휴렛팩커드(HP), 3Com 등으로 대표되는 업계를 선도해 가는 선두기업(Leading Company)에 한정되어 있는 이러한 경향이 대소를 불문하고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단순한 변화만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그것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하던 수준을 벗어나 이러한 E-Life의 모습과 변화의 양상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전략적으로 규정한 후에 자신의 기업전략을 확고히 그것에 맞추어 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음을 확신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미래에 대한 단순한 예측의 수준에서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밀레니엄 전략으로 E-Life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National Semiconductor나 Philips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아예 대형 뮤지컬 부스를 만들어 시간마다 독립적인(E-Life를 주제로 한 새로운 뮤지컬) 뮤지컬을 만들어 E-Life에 대해 찬양하고 자신들이 그러한 미래에 주역이 될 것임을 자랑스럽게 공언하고 있었다. 아찔한 옷을 걸치고 나온 미녀들이 나오기에 더욱 더 관심(?)이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컴덱스에 참가한 많은 이들은 넋을 잃고 이러한 뮤지컬에 도취되어 E-Life를 연호했다.

“Let’s Make Things Better”로 유명한 필립스는 가족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밀레니엄에서 변화될 가족의 생활 모습을 나름대로 재구성했는 데, 이미 미래를 그린 영화 등에서 많이 보아왔을 법한 구성임에도 매우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이제 코앞에 다가온 밀레니엄의 시차 때문일 것이다.

각각의 가족 구성원들이 E-Life의 핵심도구인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팜탑 등의 모빌 디바이스(Mobile Device)를 통해 각각의 가정사와 이와 연결되는 사회생활을 통합하는 과정을 각각의 구성원들마다의 예를 통해 특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뮤지컬을 통해 독특한 E-Life를 구성해 가는 모습은 이제 E-Life가 미래 공상영화에서나 나오는 단순한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분명하게 웅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다른 기업의 부스에서도 이러한 모습과 경향은 전혀 다를 바 없음은 물론이다. 저마다 자신들의 주력 제품이 앞으로 다가올 E-Life의 중심에서 어떻게 역할하고 기능할 것인가를 열심히 홍보하고 어떠한 경쟁우위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 볼 것은 많은 IT 리딩컴퍼니들이 주목하고 있는 모빌 디바이스와 인터넷과의 결합이었다.
이미 국내에도 셀룰러폰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형태로 본격적인 대중화는 거리가 있는 분야이므로 한국말로 해석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팜탑, 노트북, 셀룰러폰 등과 같은 모빌 디바이스를 통해 개인 생활의 통합(Personal Life Integration)에 대한 이야기가 그 핵심에 있었다.

우리가 흔히 IT 업계의 S.I(System Integration)라는 말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IT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시스템 통합에 대한 요구는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그 요구가 꾸준히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시스템 통합을 넘어 이제는 개인 생활의 통합으로 나아가고 있는 경향이 IT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이라는 퍼스널 마케팅 도구가 대세(大勢)로 대두되면서 개인 생활에도 급속히 이러한 요구가 증대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필립스의 가전제품에 대한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3Com의 팜탑 컴퓨팅(Palm Computing), AOL의 Wireless Messaging Service,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2000 등은 이러한 개인생활의 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기된 시도들이다.

여하튼 P.I(Personal Life Integration, 필자 註)라 통칭되는 E-Life의 새로운 화두는 뉴 밀레니엄 시대에 새롭게 제기될 우리들 생활의 단면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자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IT 도구가 생활에 접목되는 수준을 넘어서 IT 도구에 의해 변화된 생활의 모습이 다시 IT 도구의 급속한 성장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커스터마이징되고 도구화되어 종내는 E-Life의 전형적인 모습을 창출해 낼 것이다.

이번 컴덱스는 이러한 중요한 화두를 선언적 측면이 아닌 실제 제품으로 그리고 기업의 전략으로 표시했다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뉴 밀레니엄이 몇십일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E-Life는 우리들 생활의 깊숙한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요구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파편적으로 나오던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모빌 컴퓨팅(Mobile Computing), 무선 원격통신(Wireless Telephony) 등의 단어는 이러한 변화의 시발점일 것이다.

여기에 어느 기업도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99 Fall 컴덱스는 외양상으로 윈도우와 리눅스의 대결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단편적인 화두보다 더 큰 그리고 더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화두는 이렇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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