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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재벌 게티 손자, 한많은 생 마감

미주중앙

입력

폴 게티 3세가 지난 2003년 런던에서 열린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AP]

지난 73년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에 납치됐다 한쪽 귀가 잘린 뒤에야 풀려난 억만장자 폴 게티의 손자가 최근 사망하면서 그의 인생유전이 다시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8일 세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었던 석유 재벌 존 폴 게티의 손자 존 폴 게티 3세가 지난 5일 54세의 나이로 런던 북부 버킹햄셔의 개인 저택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존 폴 게티 3세는 1973년 16살때 로마에서 납치됐다 약 5개월 만에 풀려난 희대의 납치극의 주인공이자 희생자였다.

당시 납치범들은 그의 아버지에게 몸값으로 현금 1700만달러를 요구했으나 재벌 2세인 아버지는 돈을 마련하지 못했고 납치범은 "억만장자가 돈이 없어 몸값을 지불 못한다니 우리를 놀리는 것"이라며 게티 3세의 한쪽 귀를 잘라 우편으로 보냈다. 그리고 몸값으로 320만달러를 요구하면서 만약 열흘 안에 돈을 보내지 않으면 게티 3세의 몸 어딘가를 더 자르겠다는 협박편지도 함께 보냈다.

결국 손자의 잘린 귀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 할아버지 게티1세가 몸값을 지급했고 납치범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한 고속도로에 게티 3세를 풀어 줬다.

하지만 게티 3세는 그때의 정신적 충격과 속물적인 집안 분위기에 반발해 마약과 알코올에 탐닉하며 히피생활을 하다 20대때 약물 과다복용으로 시력을 잃고 몸은 반신불수가 됐다. 이후 평생을 영국에 있는 부모의 집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휠체어에 의존해 살다가 결국 지난 5일 생을 마감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은 이랬다. 아버지 게티 2세는 월 100달러를 받고 아버지 회사인 게티 오일 컴퍼니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후 게티 오일 컴퍼니의 로마지사를 맡아 운영하면서도 월급만 받아 생활했다는 것. 그가 납치범에게 줄 돈이 없어 게티 1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할아버지는 자신에겐 14명의 손자 손녀가 있는데 한명이 납치됐다고 돈을 준다면 나머지 13명의 손자와 소녀도 납치의 타겟이 될 우려가 있다며 도움을 거절했다.

아들의 잘린 귀를 받아들고 다급해진 게티 2세가 몸값을 빌려주면 연 4%의 이자를 쳐서 나중에 돌려주겠다며 읍소를 했을 때에야 게티 1세는 직접 몸값 협상에 나서 그나마도 50만달러를 깎아 270만달러로 주고 손자를 풀어주도록 했다.

억만장자인 게티 1세가 얼마나 지독한 구두쇠였는지 그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가족이나 친구들이 장거리 전화를 거는 비용을 아까워해 저택에 동전을 넣어야 걸 수 있는 유료전화를 설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여배우 게일 해리스의 아들이었던 게티 3세는 어려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이탈리아에서 살았으며 납치 후유증으로 폐인생활을 하다 불과 24살의 나이에 눈도 멀고 말도 못하는 반신불수가 돼 허울만 억만장자 손자로서의 한 많은 인생을 마치고 말았다.

신복례 기자 bor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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