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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가 살아나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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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송 의 호
대구경북취재팀장

대구는 대학을 많이 품은 도시다. 대구와 생활권이 같은 경산까지 합하면 4년제 12곳 등 대학만 23곳이다. 대학생은 24만여 명이나 된다. 대학은 대구의 ‘산업’이다.

 대구 도심에 있는 경북대는 대구권은 물론 지방의 대표 대학이다. 그 대표가 요즘 말이 아니다.

 경북대는 이번 입시에서 모바일공학과를 신설했다. 이 학과의 모태는 전자공학과다. 우수 학생을 잡기 위해 새로운 학과를 만든 것이다. 신입생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다. 4년 동안 학비 면제에 장학금 2700만원을 주고 삼성전자에 입사시킨다는 것이다. 지원 자격으로 수능 수리 가 1등급과 과학탐구 1등급을 요구했다. 결과는 미달이다. 30명 정원에 19명을 확보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가 어떤 학과인가. 정부의 특성화 정책으로 IT강국 한국을 이끌었다. 졸업생 중에는 관련 업계 임원 등이 즐비하다.

 수리 가 1등급은 5000여 명이다. 대구 D고의 진학지도부장은 “그 성적이면 의대나 서울 일류대를 갈 수 있어 학생들이 지방대학을 피한다”고 말했다. 비싼 유학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야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대학을 내리막길로 몰고 있다. 경북대는 속수무책이다. 국립대는 이미 동맥경화에 걸렸다. 65세 정년이 보장된 교수는 79%다. 논문 한 편 쓰지 않은 교수는 지난해 전체의 30%인 340여 명에 달한다. 교수들은 성의도 부족하다. ‘한강 이남의 최고 대학’이라는 과거는 자만을 불렀다. 그냥 있어도 지역 1등이어서 홍보나 입시 전략은 뒷전이다. 오죽했으면 함인석 총장이 5개월 전 취임사에서 주인의식을 강조했을까. 소장파 교수는 “논문을 쓰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는 대학이 살아남겠느냐”며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대구시와의 협력도 손 놓았다. 대학이 문화·스포츠 등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은 대학에 기부하는 미국 대학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교수는 “대구시가 지하철을 3호선까지 내면서도 잠재 승객이 많은 경북대역을 만들지 않는다”며 대구시의 무관심도 지적한다.

 1970년대 대구 섬유가 활황일 때 경북대는 서울의 일류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93년 이후 줄곧 대구가 1인당 생산액(GRDP)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경북대도 뒷걸음질쳤다. 둘은 공동운명체였다. 경북대가 명성을 지켰다면 대학도시 대구는 덜 침체했을 것이다. 경북대의 위상은 지역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북대가 살아야 대구가 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표가 모두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경북대는 교수 1인당 논문 편수나 사회적 평판 등이 여전히 상위인 저평가 우량주다. 경북대의 앞날은 교수들의 자세에 달렸다. 『논어(論語)』에서 공자는 자로의 질문에 ‘앞선 자는 솔선하고 노력하라’고 말한다. 한 말씀을 더 청하자 공자는 다시 ‘솔선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덧붙인다. 경북대에 지역의 미래, 지방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송의호 대구경북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