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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은 지금 위대한 소통자 레이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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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널드 레이건(1981~89년 재임) 전 미국 대통령이 1988년 2월 그해 수퍼보울 우승팀인 워싱턴 레드스킨스 선수단을 백악관에 초청해 축하행사를 하던 도중 미식축구공을 던지려 하고 있다. [AP=본사특약]

일요일인 2월 6일(현지시간) 미국이 두 개의 행사로 들끓었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그리고 미국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보울이었다. 수퍼보울이 열리는 일요일을 ‘수퍼 선데이’라고 지칭한 예년과 달리 미국인들은 이날을 ‘기퍼 선데이(Gipper Sunday)’라고 부르며 축복했다.

‘기퍼 선데이’

레이건이 가장 좋아했던 애칭 따

올해는 ‘수퍼 선데이’ 대신 사용

‘기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는 자신의 애칭이다. 할리우드의 2류 배우였던 레이건은 1940년 ‘누트 라크니(Knute Rockne)’란 영화를 통해 이름을 얻는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이 노터데임 대학 풋볼팀 비운의 선수 ‘조지 기퍼’였다. 영화 속에서 죽음을 앞둔 기퍼는 결승전에 나서는 동료 선수들에게 “이 기퍼를 위해 한 번만 더 이겨달라”는 말을 전한다. 레이건은 재선에 도전한 84년 ‘기퍼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를 선거 슬로건으로 정해 월터 먼데일(Walter Mondale)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기퍼 선데이’에 되돌아온 레이건으로 인해 미국 정치는 스포츠 축제를 넘어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로 넘쳤다. 특히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 찬양에는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앞장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성명을 내고 “레이건은 국민과의 소통에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굳은 신념가였다”며 “그가 소통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심어준 확신과 낙관이야말로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레이건은 미국인들에게 근면과 개인의 책임이라는 가치를 다시 일깨워줬으며, 생각이 다른 민주당 의회 지도자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해 나갔다”고 말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불리는 레이건을 한껏 칭송한 것이다.

초당적 수퍼보울 파티

민주공화당 정치인, 각료

백악관 초청해 함께 응원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으로 민주당·공화당을 망라한 정치인들과 주요 각료, 유명 인사 등을 초청해 수퍼보울 경기를 TV로 함께 관전하는 파티를 열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연고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팻 투미(공화) 상원의원과 밥 케이시(민주) 상원의원, 그린베이 패커스의 연고지인 위스콘신주 리드 리블(공화) 하원의원 등이 오바마 옆에서 맥주를 마시며 수퍼보울 경기를 즐겼다. 파티 음식은 치즈버거와 감자 칩, 피자와 버펄로 윙 등 이었다. 팀 연고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생산된 잉링(Yuengling) 맥주, 위스콘신주의 힌터랜드 맥주(Hinterland Pale Ale)가 곁들어졌다. 수퍼보울이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식한 준비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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