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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희생·연대로 목표 성취 … 미식축구 DNA는 미국의 가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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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에런 로저스(공 든 선수)가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로저스는 39번 중 24번의 패스를 정확하게 찔러넣으며 304 패싱야드를 기록했고, 세 차례의 터치다운을 이끌었다. 그는 수퍼보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후 “우리 수비를 믿었다. 모두가 협력해 우승을 일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링턴 로이터=연합뉴스]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리자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은 웨스트포인트에서 미식축구 선수를 했던 장교들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그들만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인에게 미식축구는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다. 미국과 미국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특별한 창(窓)이다. 미식축구에는 미국의 혼이 담겼다. 합리성과 실리를 강조하는 경기. 그러나 헌신과 희생이 없이 승리할 수 없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도전의식과 성취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 엄격한 규율 속에 창조의 정신이 번뜩인다.

 수퍼보울은 미국혼의 상징이다. 미국인의 핏속에는 ‘수퍼보울 유전자’가 용솟음친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1월 20일)이 수퍼보울과 겹치면 대통령 취임식을 연기할 정도로 미국인들은 수퍼보울에 몰입한다. 수퍼보울 진출 팀이 속한 도시는 경기 당일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을 정도다. 수퍼보울은 NFL 결승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단일 이벤트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인의 수퍼보울 DNA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빈스 롬바르디다. 1958년 승률 10%도 안 되던 꼴찌 팀 그린베이 패커스 감독으로 취임, 이듬해 승률 60%로 만들었다. 수퍼보울 우승 트로피를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라고 부른다. 1967년 처음 시작된 수퍼보울에서 2년 연속 팀을 우승시키면서 트로피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롬바르디는 선수들에게 “자기 자신을 알라, 실패를 통해 배우라, 모든 것을 쏟아부으라, 달리기 위해 달리지 말라”고 가르쳤다. “가끔 승리해서도 안 되고 가끔 제대로 해서도 안 된다. 항상 제대로 해야 한다. 승리는 습관이며 패배도 그렇다”고 말했다. 철학·카리스마·열정·희생·믿음이 중요하며 그중 제일은 인격이라고 생각한 롬바르디의 리더십은 미국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수퍼보울은 미국의 정치·사회·문화 전 부문에 그 빛을 드리운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끝내 일어서는 미국의 정신을 그린베이 패커스와 롬바르디가 보여주었다. 그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에너지기업 순방길에 가장 먼저 위스콘신주 매니터웍의 ‘오리온 에너지’를 찾아가 연설하면서 롬바르디를 인용했을 것이다. 그는 “미국이 추구해야 할 자리는 언제나 1등”이라고 말했다. 위스콘신주는 그린베이의 연고 지역이다.

 가장 미국적인 대통령으로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영광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은 수퍼보울과 잘 맞아떨어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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