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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기회가 왔다, 동료들을 다독였다, 수퍼보울을 안았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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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수퍼보울 우승을 자축하며 환호하는 그린베이 패커스 선수단. [알링턴 AFP=연합뉴스]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 에런 로저스(28)가 ‘2인자’의 설움을 딛고 팀에 수퍼보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그린베이 역시 와일드카드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정상에 우뚝 섰다.

 그린베이는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5회 미국프로풋볼(NFL) 수퍼보울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31-25로 꺾고 1997년 이후 14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와일드카드 팀의 수퍼보울 우승은 2000년대 들어 볼티모어(2001)와 피츠버그(2006)·뉴욕 자이언츠(2008)에 이어 네 번째다.

 그린베이는 내셔널콘퍼런스(NFC) 북부 디비전 2위로 와일드카드를 받아 가까스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그린베이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로저스는 그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필라델피아·애틀랜타·시카고 등 강자들을 줄줄이 무릎 꿇린 로저스는 이날도 304야드를 던져 터치다운 3개를 배달하며 수퍼보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가 던진 39번의 패스는 단 한 차례의 가로채기를 당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피츠버그의 한국계 와이드리시버 하인스 워드(35)는 팀이 3-21로 크게 뒤진 2쿼터 막판 터치다운에 성공하는 등 78야드를 전진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2005년 그린베이에 입단한 로저스는 팀의 대선배이자 NFL의 수퍼스타 브렛 파브(41·은퇴)에게 가려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신인 1라운드로 뽑혔을 만큼 재능은 뛰어났지만 1995년부터 97년까지 3년 연속 정규시즌 MVP에 선정된 파브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로저스는 묵묵히 파브의 뒤를 받쳤다. 입단 후 3년 동안 고작 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나올 때마다 송곳 패스를 뿌려 팀에 활력소 노릇을 했다.

 로저스는 파브가 2008년 은퇴를 선언하면서 마침내 주전 자리를 꿰찼다. 파브가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했지만 마이크 매카시 감독과 그린베이 구단은 파브를 뉴욕 제츠로 트레이드시켰다. 로저스의 재능과 성품을 믿어서였다.

 쿼터백은 리더십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자리다. 묵묵히 자기 임무를 완수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로저스는 파브와는 다른 스타일로 팀을 변화시켰다. 파브가 92년 그린베이로 건너와 성적을 끌어올리며 팀을 확 휘어잡은 보스형이라면 로저스는 친구 같은 사령관이다. 로저스는 2008년 파브가 팀을 떠난 뒤 동료들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팀을 뭉치게 했다.

 흠 잡을 데 없는 실력 역시 동료들의 믿음을 얻은 비결이다. 올 시즌 로저스의 패스 성공률은 98.4%로 역대 NFL 최고다. 품 안에 넣어주는 그의 패스를 받아 달리기만 하면 전진이 되고, 터치다운이 이뤄졌다. 이날도 그의 터치다운 패스 세 방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그럼에도 로저스는 “그린베이의 우승은 다양한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결과다. 매카시 감독이 흐름을 잘 읽었고, 동료들이 펼친 수비가 완벽했다. 그들이 우승을 일궈냈다”며 공을 돌렸다. 이제 그에겐 모든 걸 다 이룬 파브에게 없는 타이틀이 하나 생겼다. 바로 수퍼보울 MVP다.

김우철 기자

◆와일드카드(Wild Card)=NFL 포스트시즌에는 아메리칸콘퍼런스(AFC)와 내셔널콘퍼런스(NFC)에서 각 여섯 팀이 진출한다. 각 콘퍼런스 4개 디비전의 1위 팀들이 직행하고 나머지 팀들 중 승률이 높은 두 팀이 와일드 카드를 얻어 포스트시즌에 참가한다. 정규시즌 10승6패(승률 0.625)로 NFC 북부 디비전 2위에 오른 그린베이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나서 수퍼보울 정상까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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