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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싸움에 고사리 손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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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6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진천읍 문봉리 대산마을 이장 조명동씨(가운데)와 두 아들이 구제역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10시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원장관초소. 아버지로 보이는 40대 남성과 초등학생 두 명이 삽을 들고 도로에서 얼음을 치우고 있다. 두 아이는 초소 앞에서 경광봉을 들고 차량이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진천읍 문봉리 대산마을 이장 조명동(42)씨와 아들 용범(13·성암초교 6), 용성(11·성암초교 4)군. 조씨는 설 연휴기간 방역초소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초소근무를 자처했다. 장씨와 두 아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초소를 지키며 방역활동을 했다. 귀경·귀성길에 나선 운전자들은 3부자(父子)의 방역활동을 보면서 “마을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니 구제역이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조씨는 “구제역 방역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 하루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에게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알릴 수 있는 산 교육의 현장이 됐다”고 말했다. 2006년 1월부터 6년째 이장을 맡아 온 조씨는 행정 업무와 마을의 대소사 등을 챙기는 등 마을 주민들로부터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조씨의 장남 용범군은 “도로의 얼음을 제거하고 소독액을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구제역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며 “가축을 기르는 축산농가 아저씨·아줌마들이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동생 용성군은 “처음엔 겁도 났지만 질서를 잘 지켜주는 아저씨들을 보고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조씨를 비롯해 진천군이장단협의회는 2~6일 닷새간 방역초소 근무를 자처했다. 지난달 초 진천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뒤 공무원과 마을 주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역을 해 몸과 마음이 지친 점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읍·면 별로 지역을 나눠 하루 8시간씩 방역활동에 나섰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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