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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주가가 부담스러워 … 장외시장서 ‘진주 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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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식시장 하면 코스피나 코스닥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을 사고파는 ‘장외시장’도 어엿한 주식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종목을 찾지 못한 투자자의 시선이 장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의 엄기섭 운영팀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거래량이 평소보다 20~30% 늘고 있다”며 “주가가 너무 올라 부담인 투자자가 장외시장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은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저평가된 종목을 잘 고르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중개 사이트나 증권사 서비스 이용

 요즘 장외시장 분위기는 삼성생명 상장으로 뜨거웠던 2009년을 닮았다. 38커뮤니케이션이 집계한 ‘비상장 주식지수’는 최근 3개월 새 25%가 올랐다. 상장을 앞둔 종목 가운데 100% 이상 폭등한 종목도 적지 않다. 강남 ‘큰손’들 사이에선 비상장 주식에만 집중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인기다.

 비상장 주식 거래는 한국거래소 같은 제도권 시장이 아니라 주로 소규모 중개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38커뮤니케이션·제이스톡·피스톡·프리스닥 등이 있다. 거래는 오롯이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간의 협상에 의해 이뤄진다. 금융회사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제약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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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려면 먼저 중개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종목을 골라 게시판에 ‘사자’ 주문을 올리면 된다. 사려는 종목의 수량·가격과 함께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올려야 한다. 주식을 팔려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오면서 매수인-매도인 간의 가격 흥정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제방법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매도인이 먼저 주식을 매수인의 증권사 계좌로 입고하면, 매수인이 매도인의 은행계좌로 돈을 넣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부터는 동양종금·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 비상장 주식 중개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런 1대1 거래의 번거로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포스코건설·현대카드·IBK투자증권 등 40여 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1%다.

 이 밖에 제도권 장외 주식시장으로 금융투자협의회에서 운영하는 프리보드 시장이 있다. 상장 폐지된 종목, 코스닥 상장을 꿈꾸는 기업이 주로 등록돼 있다. 일반 주식 거래와 동일하게 증권사 HTS를 통해 70여 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에 2억~3억원 정도만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게 흠이다.

#거래량 많은 종목에 투자하라

 초보 투자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알 수 없는 탓에 같은 종목이라도 부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는 투자에 앞서 해당 기업의 실적공시, 재무제표, 특허기술 유무 등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단가가 높은 종목은 피하는 게 좋다. 상장된 동일 업종의 주가와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외주식인 현대카드와 상장된 삼성카드의 주가를 비교하는 식이다. 중개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준시세도 투자 참고자료로 활용할 만하다. 최일구 동양종금증권 리테일전략팀장은 “초보자는 거래량이 많은 종목으로 대상을 추리는 게 좋다”며 “투자기간을 최소 2~3년으로 잡고 우량 회사를 발굴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장 주식은 양도일이 속한 분기 말부터 2개월 이내 신고해야 한다는 점도 일반 주식거래와 다른 점이다. 양도세는 매매차익에서 경비를 뺀 금액의 10%(또는 20%)를 낸다. 차익이 250만원 이하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 ▶상장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 ▶인수합병(M&A) 가능성이 큰 기업 ▶높은 배당을 주는 기업 ▶오너 2세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종목 ▶실적이 뒷받침된 저평가 종목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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