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서부지검은 14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호진(사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와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 진헌진 티브로드 전 대표 등 그룹 전·현직 고위 간부 6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수사에 착수한 지 111일 만이다. 그러나 정·관계 등 로비 의혹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제품 빼돌리기, 임금 허위 지급, 직원 피복비 착복 등 수법으로 회사 돈 53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가 보유한 한국도서보급㈜ 주식과 골프연습장을 이 회장 측에 헐값으로 팔게 하고, 이 회장이 소유한 골프장 건설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무담보 대출을 지시해 그룹에 모두 955억여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회장이 차명계좌 7000여 개와 임직원 명의의 주식·부동산 등으로 비자금 4400억여원을 관리했고, 이 중 1920억원을 세금 납부와 유상증자 대금 ·보험료 지원 등 가족의 이익을 위해 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 가입자 수 1위의 유선방송 계열사인 ‘티브로드’를 이용해 CJ미디어㈜의 ‘채널 배정’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이 회사 주식 186만 주를 받아 25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봉욱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한화가 ‘지능형’ 횡령 수법을 사용한 반면 태광은 ‘고전적’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법원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이 회장에게 최고 징역 11년까지 선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 의혹에 대해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의 사용처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반쪽 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태광 수사에 착수한 이후 본사와 계열사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그룹 임직원 11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태광그룹은 이날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해 투명하고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신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