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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이호진 태광 회장 구속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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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서부지검은 14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호진(사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와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 진헌진 티브로드 전 대표 등 그룹 전·현직 고위 간부 6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수사에 착수한 지 111일 만이다. 그러나 정·관계 등 로비 의혹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제품 빼돌리기, 임금 허위 지급, 직원 피복비 착복 등 수법으로 회사 돈 53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가 보유한 한국도서보급㈜ 주식과 골프연습장을 이 회장 측에 헐값으로 팔게 하고, 이 회장이 소유한 골프장 건설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무담보 대출을 지시해 그룹에 모두 955억여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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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회장이 차명계좌 7000여 개와 임직원 명의의 주식·부동산 등으로 비자금 4400억여원을 관리했고, 이 중 1920억원을 세금 납부와 유상증자 대금 ·보험료 지원 등 가족의 이익을 위해 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 가입자 수 1위의 유선방송 계열사인 ‘티브로드’를 이용해 CJ미디어㈜의 ‘채널 배정’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이 회사 주식 186만 주를 받아 25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봉욱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한화가 ‘지능형’ 횡령 수법을 사용한 반면 태광은 ‘고전적’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법원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이 회장에게 최고 징역 11년까지 선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 의혹에 대해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의 사용처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반쪽 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태광 수사에 착수한 이후 본사와 계열사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그룹 임직원 11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태광그룹은 이날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해 투명하고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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