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케몬〉열풍, 미국시장 강타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인 `포케몬'이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미 워너브러더스(WB)가 제작한 만화영화 〈포케몬: 첫번째 영화〉(Pokemon: THE First Movie)가 지난 10일 미 전국 약 3천개 영화관에서 개봉된 이래 연일 매진사태를 빚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출신의 유야마 구니히코 감독이 일본 포케몬 TV영화를 `미국판'으로 만든 것으로 이 영화는 주인공인 포케몬 훈련사 `아쉬'와 우주를 지배하려는 복제괴물 `뮤튜' 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상영시간은 76분.

가상의 `주머니 괴물'이란 뜻의 포케몬(포켓 몬스터의 준말)은 일본 전자게임기메이커인 닌텐도사(사)가 3년전 비디오게임기와 TV 만화영화, 인형, 카드, 티셔츠등 캐릭터 상품으로 개발, 이미 어린이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포케몬이란 괴물은 96년 일본의 게임기제조사인 `게임 프리크'의 타지리 사토시사장이 창안해냈다.

▶흥행성공

개봉 첫날 1천6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할리우드 영화사상 11월 평일에 개봉된 영화로는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WB는 주말과 휴일을 포함하면 개봉 5일간의 총수입은 2천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영화관계자들은 주말 흥행순위(박스오피스) 1위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했다.

흥행성공은 WB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국경일인 '재향군인의 날' 하루 전날을 개봉일로 정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개봉 나흘전시사회를 개최한 것 등이 주효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차이니스 시어터에서 열린 특별시사회에서 포케몬을 봤느냐 못봤느냐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핫이슈가 될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돈판' 등 4마리의 새로운 포케몬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상과 음질은 디즈니 만화영화 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스토리 전개와 구성이탄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WB는 포케몬의 상영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에 따라 10분짜리 포케몬 단편영화 '피카추의 휴가'를 본영화 전에 상영토록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 영화가 종전의 만화영화와 다른 점은 흥행에 성공한 뒤 캐릭터 상품을 출시한 게 아니라 먼저 캐릭터 상품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 스크린에 진출한 점이다.

이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151종에 달하는 포케몬 카드를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흥행 성공을 예감하고 영화를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개봉에 맞춰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은 물론 전국의 장난품 및 어린이용품 가게가 포케몬 카드와 게임보이, 인형 등을 먼저 사려는 어린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햄버거 체인점인 버거 킹은 판촉의 일환으로 계란처럼 생긴 토제피 등 신종 포케몬 인형 등을 선사하고 있으나 이미 상당수의 체인점들에서 포케몬 장난감이 동이나 어린이와 부모들로부터 항의까지 받고 있다.

WB는 내년 8월께 속편을 상영하고 수백개의 포케몬 장난감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포케몬 바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본 포케몬

포케몬 열풍이 미국에서 얼마나 대단한가는 숫자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닌텐도의 미국 현지법인인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NOA)' 등에 따르면 포케몬웹사이트(http://www.pokemon.com/)는 지난 9월 기준으로 2-17세 어린이 120만명이 방문,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 중 7위를 기록했다.

토요일 아침 TV로 방송되는 포케몬 만화영화는 매회 평균 160만명이 시청, 다른 TV만화영화를 압도하고 있으며 9월11일의 경우 성인을 포함해 300만명이 포케몬 만화영화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아메리카 쇼핑몰의 닌텐도 몰 투어에는 이틀간 4만5천명이 다녀갔으며 지난주말에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등지에서 열린 포케몬 행사장은 수천명의 어린이들로 북적거렸다.

닌텐도는 최신형 포케몬 게임보이를 시판 2주만에 100만개 이상 파는 등 닌텐도의 미국내 비디오게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9%에서 58%로 높아졌다.

그러나 더욱 놀랄만한 것은 경제적 이득이다.

닌텐도가 포케몬 캐릭터 상품으로 올 한해에만 전세계에서 벌어들일 돈은 약 60억달러(한화 7조2천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이 액수는 올 가을 허리케인 플로이드로 미 동부해안지역이 입은 피해액과 맞먹는 규모다.

포케몬 장남감 생산공장들이 올해 생산량을 20배나 늘렸으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 세관 및 경찰당국이 지난 6개월간 압수한 가짜 포케몬 상품 규모가 1천700만 달러어치에 이르는 것도 `포케몬'의 인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문제점
아동교육전문가들은 많고 적음 등으로 승부를 가리는 포케몬 카드놀이의 경우 어린이들 간에 경쟁심과 사행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케몬에서 훈련사들이 "모든 포케몬을 잡아 명령에 따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포케몬 카드를 많이 확보하도록 경쟁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하이오.뉴햄프셔.위스콘신 등 여러 주에서는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포케몬 카드 수집을 위해 경쟁을 벌이며 싸움까지 벌여 일부 학교는 `포케몬 금지구역'으로 선포됐다.

캘리포니아주 랜초 팔로스 버디스 소재 돗슨 중학교 2년생 2명은 지난주 학생들의 책가방을 칼로 찢고 포케몬 카드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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