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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왕복선 폭발 원인 해결 … 두 차례 모두 재미 한인이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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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주선 부품 제조업체인 미국 테이코 엔지니어링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항공우주과학자인 정재훈 박사가 회사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28일(현지시간)은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 25주기다. 1986년 1월28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이륙한 챌린저호는 발사 72초 만에 폭발했다. 이 사고로 7명의 우주비행사가 숨졌다. 내일은 또 다른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2003년 지구 귀환 도중 역시 공중에서 폭발하는 참사가 발생한 지 8년째가 되는 날이다.

 우주선 부품 제조업체인 미 테이코 엔지니어링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항공우주과학자인 정재훈(63) 박사는 챌린저와 콜롬비아호 참사의 원인을 해결한 주인공으로 ‘소리 없는 영웅(unsung hero)’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미 연방항공우주국(NASA)은 챌린저호 참사 이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전면 중지하고 대대적인 사고원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오른쪽 보조추진로켓의 ‘오(○)’자형 고무패킹이 저온에 얼어 틈이 생겼고 이 틈으로 새어 나온 연료에 붙은 불 때문에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NASA는 사고원인 발표와 동시에 해결책 공모에 나섰다. 해답을 제시한 인물이 당시 테이코 엔지니어링사 부사장이던 정 박사였다.

 “사고 당시 TV를 보고 있었어요. 처음엔 흰 연기가 나는데 폭발한지도 몰랐죠. 폭발인 걸 알고 나니 주르륵 눈물이 나더군요. 내가 해결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지혜를 달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특수 오링이 들어간 열 조절 장치 아이디어를 정리해 NASA에 보냈다. 이 장치는 1988년 9월 디스커버리호에 장착됐고 챌린저호 참사 후 2년 8개월 만에 우주왕복선을 다시 발사하기로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NASA는 모든 우주선에 새로운 열 조절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2003년에는 콜롬비아호가 공중 폭발했다. NASA는 콜롬비아호 외부 연료탱크에 생긴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며 가한 충격에 우주왕복선 날개가 손상된 것이 사고원인이라고 밝혔다. 박사는 다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는 우주왕복선 외부 결빙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결빙 방지 가열시스템을 외부 연료탱크에 장착하는 아이디어를 NASA에 보냈고 이 역시 채택돼 우주선에 장착됐다.

 미국의 우주선 프로젝트에 대한 정 박사의 공로는 그 기여도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테이코가 우주선 선체 제작사의 하청업체란 점, 개인보다는 팀을 내세우는 미국 특유의 문화 탓이다. 정 박사 또한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 것을 꺼린다.

 1981년 시작된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실시 30년째인 올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된다. NASA 프로그램은 중단되지만, 정 박사는 새로운 우주선 프로그램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연방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 우주왕복 프로젝트에서 민간업체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 민간업체가 3~4인승 규모의 소형 우주왕복선 개발에 나서고 있지요.”

LA중앙일보=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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