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3대 세습 반대했지만 북한 체제 안정 위해 선택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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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마카오 (중앙SUNDAY)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28일자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김정일)는 세습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체제 안정을 위해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힘은 핵이다. 미국과 대결구도가 계속되는 한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도쿄신문은 “이달 중순 중국 남부 한 도시에서 1시간 반에 걸쳐 단독 인터뷰했다”며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 일요신문인 중앙 SUNDAY는 이미 지난해 6월 마카오 알티라 호텔에서 김정남을 한국 언론으론 처음 단독 인터뷰했다. 당시 김정남은 모자에서 의류·구두까지 명품으로 치장했지만 이번엔 의상이 평범했고 모자는 쓰지 않았다. 그땐 없던 안경을 이번에는 썼다. 지난해 6월엔 머리숱이 제법 있었는데 이번엔 숱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게 두드러진 변화다. 한 북한 전문가는 “동생이 후계자가 된 뒤 마음고생으로 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2011년 1월 중국 남부 (일본 도쿄신문)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세습과 관련,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주석도 세습은 하지 않았다”며 “(세습은) 사회주의에도 맞지 않고 아버지도 반대였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교전지역 이미지를 강조해 핵 보유와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북한에서 군의 입지가 강함을 시사했다. 그는 또 “재작년 말 화폐개혁은 실패였다. 이대로는 경제대국이 될 수 없다.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며 그다음이 경제재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의 생활)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파진다”며 “북한이 안정되고 경제 회복을 달성하기를 바란다. 동생(김정은)에 대한 내 순수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생에게 도전한다거나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망명설, 암살미수설 등에 관해 “근거 없는 소문이다. 위험을 느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종 (아버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며, (고모인 김경희나 고모부인 장성택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SUNDAY 인터뷰 무렵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안 계시면 장성택이 자기 중심의 집단 지도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취재 결과 김정남은 현재 북한 출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베이징에 거주하는 본처 신정희가 평양을 오가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치매 상태”라고 말했다는 그는 이번엔 김정일의 건강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안성규 기자,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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