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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로 돌아 온 엘바라데이 “무바라크 권력 내놓을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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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인근 아프리카·중동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

 27일 사흘째를 맞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수도 카이로를 비롯해 이집트 주요 도시에서는 30년간 집권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27일 전했다. 전날 정부가 집회 금지령을 내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지만 사태는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진압에 나선 경찰에 시위대가 돌팔매로 맞서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6명이 숨졌고 10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무바라크 대통령 치하에서 30년간 참아온 이집트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경제난이다.

 한편 이집트 민주화의 기수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날 전격 귀국해 시위 확산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바라데이는 무바라크 정권에 도전을 선언해 개혁 세력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0여 년간 이집트를 위해 일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제 권력을 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시위엔 나 역시 함께할 것”이라며 시위대에게는 평화적인 시위를 할 것을 부탁했다. 국제사회는 이집트가 튀니지에 이어 독재자를 내몰고 민주화를 이룩할지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집트의 전통음식 이름을 따 ‘코샤리 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27일 1만6000명의 시위대가 몰려 나와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부자 세습을 시도해온 현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등 국민의 생활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32년째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자 지난 23일 TV 연설을 통해 2013년에 있을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살레 대통령은 아버지 아메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으며 아들에게 3대 권력이양 작업을 벌여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잇따른 시위는 장기 독재 종결과 함께 권력의 부자 세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뜻을 담고 있다”며 “튀지니발 혁명으로 촉발된 개혁의 불길이 향하는 곳은 독재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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