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게임] 힘에서는 대등, 세기는 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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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준 것은 힘이었고 느낀 것은 세기였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나고야와 기후,후쿠오카,도쿄 등 일본 열도를 돌며 열전을 치른 한국프로야구 대표팀은 60여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와 힘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세밀한 기술에서는 아무래도 한 수 아래였다.

'99한.일슈퍼게임 종합성적은 1승1무2패로 뒤졌지만 한국으로선 후회없는 한 판이었다. 지나친 긴장감속에 치러진 1,2차전에서 한국은 무기력하게 졌지만 3차전은 탄탄한 투수력을 앞세워 첫 승을 올렸고 4차전은 양준혁과 김동주의 홈런 등 장단 13안타를 터뜨리는 타격전으로 슈퍼게임 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양팀의 전반적인 기량을 점검할 때 투.타에 걸쳐 힘에서는 조금도 뒤질게 없었지만 경기를 스스로 풀어가는 선수들의 세세한 기술은 한국이 배워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 투수들의 자로 잰듯한 제구력과 날카로운 변화구,포수들의 안정된 투수리드와 주자견제, 블러킹 기술, 내야수의 재빠른 움직임, 외야수들의 송구 능력, 주자들의 눈부신 베이스 러닝 등은 하나같이 습득해야되는 선진기술로 인식됐다.

반면 한국은 4차전에서만 주루 플레이 실수가 2번이나 나와 귀중한 찬스를 날렸고 곳곳에서 중계플레이 미스와 패스트볼이 속출해 일본보다 세련미가 떨어졌다.

한국 선수들은 기술적인 면 뿐만아니라 정신력에서도 일본 프로선수들의 철저한 직업의식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대회 7타수 7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일본의 간판타자 마쓰이 히데키(요미우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도 개인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선수들은 실력이 모자라는데도 느슨한 마음가짐으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했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선수 엔트리 확대와 타이틀 스폰서를 내세워 슈퍼게임을 친선대회에서 그야말로 국가대항전인 선수권대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매 경기 엔트리를 바꿀 수 있는 일본과 달리 25명만 원정길에 오른 한국은 몇몇 선수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보이자 선수 부족으로 애태웠다.

다음 대회부터 한국팀 엔트리를 40명으로 확대하고 우승 상금까지 걸 수 있다면 한국과 일본 양국은 훨씬 치열한 승부로 야구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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