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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퍼펙트 캡틴’은 영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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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의 별명처럼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은 ‘퍼펙트 캡틴’이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1명을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黎明) 작전’이 성공한 데는 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기지를 발휘해 해적을 속인 그가 있었기에 선원들이 모두 살고 배도 지킬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비범한 용기와 희생정신을 발휘한 석 선장의 영웅적 모습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해운업계에서 ‘대한민국 최고 마도로스’로 불리는 석 선장은 평소 배와 동료 선원을 목숨처럼 아꼈다고 한다. 이런 책임감이 그로 하여금 해적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내게 하지 않았겠는가. 석 선장은 지난 15일 해적들에게 납치된 직후부터 우리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의 추적과 구출작전을 돕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우선 시간을 벌려고 해적 몰래 배의 엔진오일에 물을 섞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등 배의 이동을 늦췄다. 배를 지그재그로 몰거나 소말리아 연안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가급적 공해(公海)상에서 오래 머무르는 상황도 만들었다. 선박공용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위성전화 통역을 하면서 한국어로 ‘조타실 해적 3명’ 등 구출작전에 필요한 내부 정보를 해군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해적에게 적발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석 선장은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해적의 귀환을 방해한 데 대한 보복으로 구타를 당해 무릎과 어깨에 골절상을 입었다. 구출작전 과정에선 해적이 정조준해 쏜 소총 4발을 맞고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석 선장의 목숨을 건 영웅적 활동은 인질로 잡힌 선원들과 해군의 피해 없이 완벽한 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석 선장은 지금 오만의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석 선장은 “선장이 완쾌돼야 이번 작전이 끝나는 것”이라는 청해부대원들과 동료 선원들의 염원(念願)을 외면해선 안 된다. 하루빨리 상태가 호전돼 가족과 국민이 기다리는 고국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아덴만 여명 작전이 낳은 또 다른 영웅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