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변화·파격 … 별 볼일 없다던 KT, 높이 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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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전창진 KT 감독

약점 많은 팀이 프로농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단독 선두 KT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기에 더 돋보인다.

 KT는 수준급 센터가 없어 높이가 약하다. 지난해 포워드 김영환마저 입대해 높이는 더 약해졌다.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가드 표명일이 2라운드 도중 갈비뼈를 다쳤다. 전문가들은 시즌 전 KT를 중위권으로 분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창진(48) KT 감독의 위기 극복 방법이 눈길을 끈다. 바로 변화와 발상의 전환이다.

 우선 포워드 박상오(30·1m96㎝)가 변하면서 높이가 좋은 팀을 상대로도 해볼 만하게 됐다. 프로 4년차 박상오는 지난 시즌까지 한 자릿수 평균 득점을 기록하던 식스맨이었다. 전 감독은 박상오의 포지션을 바꿔 파워포워드에서 스몰포워드로 변신시켰다. 전 감독은 “박상오가 비시즌 동안 무지하게 욕을 먹어가면서 연습했다. 혹독한 슈팅 연습을 견뎌내더니 슛이 부쩍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상오는 과거 파워포워드치고는 어정쩡한 키 때문에 식스맨으로 밀렸다. 그러던 그가 슈팅 능력과 스피드를 키우자 몰라보게 달라졌다. 박상오는 팀 내 국내 선수 최다인 평균 16.2점을 기록하며 주 득점원으로 변신했다. 키 큰 수비수를 만나도 힘과 기술에서 박상오가 앞선다. 박종천 MBC플러스 해설위원은 “골밑에서 일대일도 잘하고, 외곽 슛도 던질 줄 안다. 힘이 좋아서 ‘변강쇠’라는 별명을 붙여도 될 정도다. 자신보다 큰 선수를 농락하는 모습이 마치 찰스 바클리를 보는 듯하다”고 칭찬했다.

 ‘발상의 전환’은 KT를 확실한 선두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12월 표명일의 부상으로 KT에는 비상이 걸렸다. 백업 포인트가드가 부족해서다. 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28·1m98㎝)을 포인트가드로 쓰는 변칙작전을 들고 나왔고, 이게 완벽하게 먹혔다.

 존슨은 패스를 잘하고 농구 센스가 좋다. 그가 외곽에서 공격을 지휘하는 동안 조성민·조동현·박상오·송영진 등 키 1m90㎝대의 포워드들이 골밑을 빠르게 뛰어다니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서장훈이 버틴 전자랜드, 김주성의 동부, 하승진의 KCC까지 특급 센터를 보유한 상위 팀들이 KT 앞에서 무너졌다. 센터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KT가 신장의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은 “고심 끝에 응급처치로 만든 작전이다. 모험에 가까웠지만 상위 팀을 잡는 결정적인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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