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낯선 미·적분 어떻게 공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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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은 공식을 알아도 도형그래프 개념이 함께 등장하면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죠. 인문계는 최근 기출문제도 없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문제유형도 적어요.” 이건우(20재수생인문계)씨는 “올해 인문계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적분 일 수 밖에 없다”며 “아직 학습방향도 못 잡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고 3 교실도 마찬가지다. 출제 비중이 높아 포기할 수도 없다. ‘미적분과 통계 기본’에서 15문제 가량이, 미적분만 따로 생각하면 7~8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정의개념이해가 최우선, 문제의 양보단 질에 충실해라

올해 인문계 학생들이 미적분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선배의 조언, 기출문제 분석도찾기 힘들다. 2004학년도 수능까지 출제됐던 인문계 미적분 기출문제가 같은 유형으로 출제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힘들다. 단초는 찾을 수 있다. 자연계 선배들의 학습 방법이다.

박은실(20여·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1)씨는 “다른 어떤 단원보다 용어에 대한 정의·개념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많은 학생들이 미적분 문제를 복잡한 계산문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줬다. 지수법칙곱셈공식 등 복잡한 계산식이 사용되면서 공식에 대입해 빠르게 풀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빠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 을 미분하면 2X’라는 식으로 결과만을 외우는 식이다. 실상 이 간단한 공식엔 연속함수와 좌우 극한값 등 여러 개념이 들어있다. 이런 것을 소홀히 하면 명제의 참거짓을 묻는 문제라던가 복잡한 그래프가 활용되는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김민수(20연세대 수학과 1)씨는 “문제의 양보단 질에 집중해 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쉽고 간단한 계산 문제라고 해도 사용된 개념을 찾아 이해하고 다른 문제에선 어떻게 활용되는지 연결해 학습해야 한다. 동일한 한 개념이 기본예제, 기본유형, 심화응용문제 순으로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남종로학원 이정호 수리강사는 “개념이 문제에서 쓰이는 상황은 물론 적용·확장될 수 있는 사례까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함수 개념 철저하게 이해, 중학교 교과서로 기초 학습 필요

중·고교 과정 전체에 걸쳐 폭 넓게 연계·응용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학교 과정의 도형부터 고등수학의 수와식 단원과 방정식·부등식, 수1의 수열극한까지 연계 출제된다. 특히 중1부터 고 1까지 분산돼 학습하게 되는 함수개념은 미적분 학습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내용이다. 강남종로학원 황준규 강사는 “결국 함수를 쪼개고 합치는 것이 바로 미적분”이라며 “함수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지 못하면 미적분의 기본을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기본 1·2차 함수는 물론 합성함수, 역함수에 대한 이해까지, 함수에 대한 폭 넓은 학습이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황 강사는 “기초가 부족한 학생은 조급해하지 말고 중학교 함수단원으로 돌아가 공부”하라고 권했다. 최근 도입된 중학교의 7차 교육과정 개정교과서는 다양한 그래표와 표를 이용한 개념이해에 중심을 둬 기초학습을 하기에 적당하다. 중·고교 교과서와 기본예제 문제집을 활용해 한두 달 집중학습으로 함수부터 차분히 정리해 가는 것이 좋다.

그래프 읽는 능력이 관건, 그래프로 이해하고 학습해라

수학강사들은 “그래프를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성마이맥 양승진 강사는 “함수의 미분은 접선의 기울기를 뜻한다”며 “반드시 그래프로 그려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프를 이해하는 능력은 7차 교육과정 수학교육의 방향과도 맞닿아있다. 황강사는 “개정교과서를 보면 복잡한 계산보다는 개념을 적용해 표현하고 이해할 줄 아는 가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인문계 미적분 또한 이러한 방향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상에듀 전준홍 강사는 “그래프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고1 고등수학의 이차함수의 그래프와 성질 단원을 반복해 복습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차함수 그래프는 다항식 그래프의 기본이다. 고교에서는 34차 다항함수 범위 내에서 미적분을 다루기 때문에 2차 함수의 그래프를 이해하면 쉽게 연습할 수 있다. 간단한 계산 위주의 미적분 문제는 직접 그래프로 표현해 원래 함수와 미분된 그래프가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확인한다. 박은실씨는 “오답노트를 만들 때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문제마다 손수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경험을 얘기했다. 자연계 미적분 기출문제를 활용하면 최근 출제경향을 읽을 수 있고 문제유형을 익히기에 좋다.
 
1년의 학습계획을 체계적으로 짜는 것도 중요하다. 늘어난 학습량에 부담을 느껴 우왕좌왕할 수 있다. 이 강사는 “3월 개학과 6·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네 시기의 학습계획을 짜야 한다”고 충고했다. 2월까진 미·적분의 기본이 되는 함수에 대한 복습을 진행한다. 3월에서 6월까진 고교 과정에 등장하는 수열·극한 등 연계과정들에 대해 학습한다.

미·적분의 기본개념과 그래프 적용과 활용법도 6월까진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기본예제와 쉬운 기출문제를 중심에 놓고 개념학습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까진 문제해결력을 높여야 한다. EBS 문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수능 직전까진 오답노트와 실전모의고사를 중심으로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반복학습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사진설명]강남종로학원 이정호 강사는 “미·적분의 기본은 함수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이차함수의 미분에 대한 기본모양과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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