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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인출 대비해 중앙회가 3조원 이상 갖고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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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24면

지난 14일 자산규모 1조4000억원의 삼화상호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에서 전격적인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부실이 심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주용식 저축은행 중앙회장 인터뷰

주용식(59·사진) 저축은행 중앙회장은 “저축은행이 서민 금융기관이란 본분을 잊고 무리한 투자로 부실이 쌓여 문제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05개 저축은행 중 70여 곳이 흑자를 기록하고 부동산 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며 “최근 논의되는 대형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는 양쪽 모두에 좋은 ‘윈윈(win-win) 게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재정기획관,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등을 지낸 그는 2009년 8월부터 저축은행 중앙회장을 맡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이 심각해진 원인은 뭔가.
“한마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다. 2006년 무렵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저축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PF대출을 앞다퉈 늘렸다. 그러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저축은행도 직격탄을 맞았다. 저축은행 업계는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부동산 경기가 언제쯤 살아나느냐다. 최근 들어 조금씩 희망의 싹이 보인다. 전세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미분양 아파트도 줄어들고 있지 않나. 부동산이 살아나면 PF 대출 부실도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고 저축은행 경영여건도 좋아질 것이다.”

-삼화저축은행이 지난 14일 영업정지 명령을 받으면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은 정상을 되찾았다. 과거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례를 봐도 2~3일이 지나면 예금인출 사태가 진정된다. 이번에는 영업정지 점포의 위치가 서울 강남권이라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컸다. 통상 월요일에는 예금인출이 많은 데다 설 명절을 앞둔 자금수요까지 겹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고 본다.”

-앞으로 부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재발할 수 있지 않나.
“현재 저축은행 고객들의 예금 보장을 위해 두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첫째는 중앙회가 확보한 3조원 이상의 지급준비 예탁금이다. 저축은행들은 고객이 맡긴 돈의 5~10%를 지급준비금으로 관리하고, 이 중 70%는 중앙회에 맡겨야 한다. 이른바 ‘뱅크런’이라고 부르는 예금인출 사태가 생기면 중앙회가 이 돈으로 개별 저축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한다. 최근 중앙회의 지원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도 취했다. 둘째는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보험 제도다.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돈을 지급한다. 예금보험 한도인 1인당 5000만원까지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금리를 올리면 예금을 끌어오긴 좋겠지만 예대마진은 줄어들지 않나.
“저축은행의 기본 수익구조는 고객의 예금을 받아 필요한 곳에 빌려줘 예대마진을 얻는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예대마진도 중요하지만 우선 예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번 사태 이전에 대출 계획을 세워둔 저축은행이 예금 부족으로 대출을 집행할 수 없다면 결국 수익성이 훼손된다. 적정 예대마진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예금 금리를 약간 올리는 것은 경영상 판단에 속한다.”

-예보가 그동안 저축은행에서 보험료로 받은 돈보다 보험금으로 쓴 돈이 3조원 이상 많다. 예보기금 중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공동계정이 유일한 대안이다.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각 금융권에서 모은 돈의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수익자·책임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선 불가피하다. 금융은 흔히 경제의 혈관이라고 한다.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이 터지기 마련이다. 만일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커지면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해져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공동계정이 아니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저축은행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그동안 업계에서 자율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성사가 잘 되지 않았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사려는 쪽과 팔려는 쪽이 PF대출의 미래가치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PF대출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가 무한정 기다려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삼화저축은행의 사례가 보여줬다. 이번 일이 저축은행 M&A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후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혀 관치금융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도 저축은행 인수의 장점은 많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업무 영역은 우량고객에 편중돼 있다. 반면 저축은행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고객층이 넓어지고 연계영업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측면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이 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축은행 업계로선 금융지주사의 참여로 경쟁에 불이 붙으면 초기엔 다소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업계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M&A만 성사되면 저축은행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인가.
“구조적인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은 독자적인 수익모델이 없고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점이 문제다. 전체 업권이 이른바 ‘몰빵 투자’를 하다 보니 시스템 리스크가 생긴다. PF대출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업계 발전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최근 사태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이란 산업은 지속적으로 유지·발전돼야 한다.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을 주로 상대하는 곳이 저축은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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