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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투자를 미뤄선 안 되는 기회의 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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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24면

인도네시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유명 관광지인 발리를 떠올린다. 1만75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자연이 아름답고 끝없는 해안선과 밀림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나라다. 1970년대 말 가족과 함께 자카르타에 잠시 머무를 때 초등학생인 필자의 눈에 강렬하게 남은 또 하나의 기억은 놀랄 만큼 낙천적이고 순박한 사람들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30년 만에 국내 기업의 현지 시장 확대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다시 찾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꿈틀거리며 잠에서 깨어나는 경제 대국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 사이에는 브릭스(BRICs) 대신 비시스(BICIs, 브라질·인도·중국·인도네시아), 또는 믹트(MIKT,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한국)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송기홍의 세계 경영

인도네시아는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아서 경제 규모가 20%나 줄었으나 최근엔 연 6~7%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가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의 핵심 성장동력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세계 4위인 2억4000만 명 인구에서 창출되는 탄탄한 내수시장이다. 세계 1~2위의 석탄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동남아 최대의 산유국이기도 하다. 구리·니켈·금·주석 등 광물자원의 보고다.

한동안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미개발 지역의 자원개발이 지연됐지만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자원회사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 주요 자원 매장지 주변에 신도시급 건설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설비 및 건설·중장비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와 더불어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내수시장이 방파제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가전제품 및 자동차의 보급률은 태국·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큰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일찍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지만 아직 수출 규모나 투자 면에서 일본·중국·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절대 열세다. 인도네시아는 ‘다양성과 복잡성’의 나라다. 예를 들어 수도인 자카르타는 90%의 사람이 이슬람교인이지만, 발리는 90% 이상이 힌두교도다. 소득 측면에서 상위 5%인 화교가 전체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은 전적으로 순수 인도네시아계가 장악하고 있다. 자카르타 시내의 대형 쇼핑몰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흥청거리지만, 여기서 길 하나만 벗어나도 10센트를 벌기 위해 줄 서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성공 비결은 현지화와 다양성을 반영한 차별화 전략이다. 현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기업을 보면 이러한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LG전자는 모기 쫓는 에어컨, 초절전 전자제품 등 현지화된 모델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수마트라섬의 화산 폭발 피해 주민들을 위해 지원에 앞장서는 등 현지 밀착 기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 기업이 복잡성과 불안정성을 이유로 아직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조직 운영 능력을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결합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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