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는 한국 무용계의 작은 거인이다. 이슬만 먹고 사는 사람처럼 자그마한 체구지만 춤을 출 때의 에너지는 거인처럼 무대를 압도한다. 어디 무대뿐인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서 무용계 발전을 위해 무용 대상을 제정하고 우리 무용의 세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은 거인을 넘어 큰 산처럼 우람하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현대무용이 아직 생소한 1970년대, 그는 이화여대 무용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현대무용 1세대다. 나는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공간빌딩 지하극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자그마한 키에 몸에 딱 붙는 까만 타이즈를 입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젊은 무용가 김복희의 모습에 나는 넋을 잃었다. 그의 빛나는 눈빛에 나는 오늘을 예감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그는 내 사진의 멋진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긴 머리에 멋진 숄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금세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숄을 휘감으며 춤을 출 것만 같은 로맨틱한 가을빛깔 여인을 보면 나는 먼발치에서도 금세 김복희라고 알아볼 수 있다.
이은주씨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