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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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감염을 막기 위해 축산 농가마다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포토]

우리나라 전역에 구제역(口蹄疫·Foot-and-Mouth Disease)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확인된 구제역으로 지금까지 소·돼지 198만6987마리(17일 기준)가 살처분됐다. 살처분이란 병에 감염된 동물은 물론 접촉한 동물, 동일 축사에서 생활한 동물까지 모두 죽여 처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껏 살처분 농가에 지급된 보상비만 2조원이 넘는다.

구제역은 소·돼지·양·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가축에만 나타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발굽이 없는 개나 고양이, 발굽이 하나뿐인 말 등은 구제역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감염되지 않는다.

구제역에 감염되면 발굽 사이와 혀·잇몸 등에 증상이 나타난다. 잠복 기간은 2~14일 정도며, 발병 초기에는 혀와 잇몸 등에 물집이 잡혔다 터져 침을 심하게 흘리고 거의 먹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발굽이 뒤틀려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해 무릎으로 기어다니는 등 고통을 겪게 된다.

감염된 동물의 55% 이상이 죽게 돼 치사율도 높다. 살아남은 가축도 면역력이 약 화돼 허약하고 성장도 더뎌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세계동물사무국(OIE)은 구제역을 A급 질병으로, 우리나라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감염된 동물의 고기라도 조리만 제대로 해서 먹으면 인체에는 아무 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도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 동안 가열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대규모 살처분을 하는 이유는 강력한 전염성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감염 동물의 몸에 잡힌 물집에서 흘러나온 액이나 침, 배설물은 물론이고 호흡하는 공기를 통해서도 퍼져 나간다.

치료제도 없다. 사람이 흔히 걸리는 감기에 마땅한 약이 없는 것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된 바가 없다. 백신 접종 역시 치료가 아니라 예방책 중 하나다. 백신으로 구제역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항체가 생기기까지 최소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 10여일 안팎으로는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항체 형성 기간에 구제역에 감염되거나 접종 이전에 이미 감염된 상태라면 백신은 아무 효과가 없다.

백신 접종 결정이 늦어진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구제역이 종식됐을 때 일반적으로 이동 제한 조치가 해제된 뒤 3개월이 지나면 청정국 지위를 회복해 수출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백신이 접종된 지역은 접종 중단 이후 1년이 지나야 국제적으로 청정국 지위가 회복된다. 정부는 물론 축산업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왔던 이유다.

구제역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세척과 소독으로 예방하는 길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축산업계가 방역 등 위생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 사태를 놓고 시점이 문제였을 뿐 언제고 터졌을 재앙이라고 꼬집는다. 서울대 이영순(수의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축산업 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데 비해 낙후돼 있던 방역 의식과 농장의 방역 설비 등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또다시 이런 아픈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구제역 바이러스(왼쪽)와 수의과학검역원 수의사들이 백신 접종을 하는 모습.

박형수 기자

해볼 만한 NIE 활동들

구제역과 관련된 기사에는 다양한 사진이나 인포그래픽이 함께 실려 있다. 자식같이 키운 소와 돼지를 살처분해야 하는 농부의 시름에 찬 모습이나 전국으로 확산돼 가는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지도 등이 대표적이다.

초등학생이라면 구제역과 관련된 사진을 모아 ‘동화 짓기’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매몰 현장 등 아이들의 정서에 충격을 줄 만한 장면은 피하는 편이 좋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의 얼굴’ ‘소를 몰고 가는 쓸쓸한 농민의 뒷모습’ ‘주사를 맞는 소’ ‘방역 중인 소 막사’ 등의 사진을 무작위로 제시하고 아이가 직접 스토리텔링을 해볼 수 있게 유도하면 된다. 아이가 이야기를 다 완성하면 구제역으로 농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학생이라면 영화나 책과 연관 지어 구제역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자.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소와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조망한 작품이다. 영화와 기사를 함께 보며 구제역으로 기르던 가축을 살처분해야 하는 농민의 아픔을 되새겨볼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과 연계하면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이 떠난 동물농장의 새로운 권력자로 군림하는 동물이 바로 돼지다. 돼지는 독재자의 모습을 하고 다른 동물들을 갈취하는 악역이다. 만약 소설 속 상황에 구제역이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말이나 개 등 다른 동물은 멀쩡하고 돼지와 소·양만 감염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동물들은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책을 찾을까. 상상력을 발휘해 ‘소설 다시 쓰기’에 도전해 보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을 찾아보는 등 현실적인 고민과 연계해 NIE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크게 퍼져 나간 원인을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유난히 추운 날씨, 급격하게 성장한 축산업, 열악한 방역 시스템, 초기 대응 등 여러 요소들을 면밀히 살펴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해 보자. 구제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서 자주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했는지 표로 그려 보고 우리나라의 대응책과 비교해 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사례가 있는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처 방안은 어떤 건지 고민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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