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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값 85% 급등, 한우값도 10% 뛰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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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호 10면

13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안에 위치한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누런 한우 8~9마리를 한꺼번에 실은 5t 트럭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다. 이곳에선 하루에 최대 520마리의 소를 도축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게는 하루 1500마리까지 몰려든다. 서울공판장은 연간 10만 마리의 소를 경매로 거래하는 국내 최대의 축산 도매시장이다.

휘청대는 축산시장

이곳의 김욱 경매실장은 “소를 사나흘씩 차에 실어 두고 도축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며 “구제역으로 인한 불안심리와 설 성수기가 겹쳐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전염을 우려해 도축을 앞당기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최근 서울공판장의 경매 낙찰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4일 한우 거세우의 평균가격은 ㎏당 1만6341원, 껍질을 벗긴(박피) 암퇘지는 6565원을 기록했다. 구제역 발생 직전인 지난해 11월 26일과 비교하면 한우값은 10%, 돼지값은 85%나 뛰어올랐다. 김 실장은 “돼지값은 ‘단군 이래 가장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돼지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자 정육점 등에서 재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처분한 167만여 마리 중에 돼지가 154만 마리로 가장 많고 소는 13만 마리, 염소·사슴이 5000마리에 달했다. 이는 축산물 시장의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돼지는 전국 사육량(988만 마리·지난해 12월 1일 기준)의 15%가 살처분으로 사라졌다. 대략 7마리 중 한 마리꼴이다.

도매시장에 돼지고기의 공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소는 전국 사육량(335만 마리)의 4% 정도가 살처분됐다. 소 사육농가들이 출하를 앞당기고 있지만 도축장에서 ‘병목 현상’이 심각해 공급은 되레 부족한 실정이다. 구제역 위험 지역(발생지 반경 3㎞)이나 경계 지역(반경 10㎞)에 포함된 지방 도축장 10여 곳이 잇따라 폐쇄된 탓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천현수 축산 담당 바이어는 “솔직히 설 이후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명절을 맞아 ‘민족의 대이동’이 펼쳐지면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가격도 매우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이미 소·돼지의 살처분 규모가 위험 수위까지 올라왔다. 가장 심각한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사육하던 돼지 185만 마리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85만 마리(46%), 소 46만 마리 중 5만6000마리(12%)를 살처분 후 매몰했다.

당장은 살처분을 많이 한 돼지가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암퇘지의 임신 주기는 약 114일이고, 번식력이 좋아 한 번에 10마리 정도를 낳는다. 보통 출산 후 6개월을 키워 몸무게가 110㎏ 정도에 이르면 도축을 하게 된다. 따라서 돼지는 1~2년이면 구제역 발생 이전 수준으로 사육 마릿수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암소의 임신 주기는 사람과 비슷한 9~10개월이고, 한 번에 낳는 송아지도 한두 마리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한우 거세우는 생후 28개월 전후에 도축한다. 소는 구제역이 진정돼도 3~4년이 지나야 이전의 사육 기반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우값이 한동안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우유 값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포장우유의 주원료가 되는 원유(原乳)값을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원유값 인상을 용인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젖소의 대량 살처분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우유 값은 오를 수 있다. 예컨대 대형마트의 가격 할인 폭이 줄어들거나 우유 한 통을 사면 한 통을 끼워 주는 ‘1+1 행사’는 드물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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