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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교예단 서울 공연 성사 되려나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단인 평양교예단의 서울 공연이 과연 성사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최측인 평양교예단공연서울추진위원회는 일정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사업 추진은 이미 합의한 것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나 외부의 시각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북한 최고의 평양교예단이 내달 1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도착, 10일부터 29일까지 서울서 공연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계명프로덕션 대표 유재복 사장은 "지난달 중국베이징에서 수차례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 공연 일정 연기 등에 따른 새 합의서를 작성키로 했으며 지난달 31일 북측이 합의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측이 보내온 합의서는 조선예술교류협회장 김창국 명의로 돼 있으며 ▶ 내달 1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 방문 ▶방문기간 한 달 ▶방문 인원 50명 ▶서울에서 20일간매일 2회씩 40회 공연 ▶매회 17개 종목을 100분 동안 공연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추진위는 설명했다.

평양교예단은 또 판문점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며 서울에 도착한 후 9일까지 환영식, 관광 또는 리허설을 갖고 10일부터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최측의 이런 확신에 찬 주장과 달리 북측과 접촉하고 있는 일부 민간단체나 기업들은 북한의 협상 파트너들로 부터 직접 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근거로 이번 공연 성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베이징에 나와 있는 북한 조선아세아ㆍ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는 남한정부의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사업승인 이후에도 남한 기업들에게 공연 무산설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문이 막연한 추측이거나 대북 사업상의 경쟁관계에서 나온 일종의 흑색선전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한편 정부는 현대 등 경협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게 아ㆍ태평화위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주최측의 사업의지를 믿는 눈치다.

북측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평양교예단의 서울 공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아무리 남한 민간과의 사업이라 하더라도 과연 북한이 남북간 획기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적 재보로 내세우는 세계 수준의 교예단원 50명을 그것도 판문점을 통과시켜 남한에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남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은 북한 아ㆍ태평화위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만이 계약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다른 어떤 기관도 단독으로 남한의 민간단체나 기업과 계약서를 작성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주최측과 외부 주장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정확한 증거는 없다.

주최측이 아.태평화위 등이 아닌 북한 군부나 당과 연결된 '확실한 줄'을 잡고 있으며 아ㆍ태평화위가 외화벌이 사업상의 경쟁을 의식해 악의적은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런 낙관론이 이벤트를 앞세워 남북관계 개선 실적을 올리려는 장미빛 희망에서 비롯된 오류로 판명될 경우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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