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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실 밝혀져도 피해자에게 이미 지급한 보험금은 유효

중앙일보

입력

보험회사가 사고를 낸 보험가입자의 과실을 인정,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나중에 재판에서 보험가입자의 잘못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되돌려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최철 부장판사)는 1일 (주)쌍용화재해상보험이 신모(여ㆍ서울 노원구 상계동)씨와 가족등 4명을 상대로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미 지급한 5천4백30여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보험회사와 피해자들이 맺은 합의는 쌍방간에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부제소특약이므로 원고의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보험가입자가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과실을 부인하는데도 원고가 피고들과 화해계약을 맺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과실 유무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합의를 취소한다는 원고측 주장도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쌍용화재는 보험에 든 한국도로공사 소속 제설차량 운전자인 김모씨가 94년 2월 전북 정읍군의 편도 2차로 호남고속도로 하행선상에서 우측으로 차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티코승용차와 버스가 충돌,티코를 운전하던 신씨의 남편 김모씨가 사망하자 신씨등에게 5천4백30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기소된 김씨가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급차로 변경을 입증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자 보험가입자의 과실이 없어 피고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 보험금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신씨등을 대리한 박종복 변호사는 이와관련, "보험회사가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 입장에서 반길 일"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의 과실이 입증될 때까지 보험급 지급을 늦추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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