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폭이 해커 고용해 경쟁 도박사이트 마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폭력조직이 해커를 고용해 경쟁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이른바 ‘사이버 청부 폭력’을 휘두르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폭력조직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킨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서버 임대업자 이모(32)씨를 구속기소하고 해커 박모(37)씨 등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에게 디도스 해킹을 지시한 인천 폭력조직 ‘석남식구파’ 조직원 염모(34)씨 등 달아난 4명에 대해선 수배 조치를 했다.

 검찰에 따르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염씨 등은 도박사이트 간 이용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해커들을 고용해 지난해 11~12월 매일 1~2시간씩 디도스 공격을 통해 109곳의 경쟁사이트를 마비시킨 혐의다. 디도스는 수백만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접속시켜 해당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해킹 수법이다.

해커들은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퍼뜨린 뒤 이 컴퓨터들을 원격 조종해 특정 사이트에 접속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염씨 등은 경쟁 사이트가 다운되면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해커들에게 중국에서 구입한 ‘좀비 PC(악성코드 설치 컴퓨터)’ 5만여 대의 목록을 건네주고 휴대전화 문자나 인터넷 메신저로 공격 대상 사이트를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김영대 부장검사는 “관공서에 대한 불만 표출이나 해킹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시도되던 디도스 공격이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범죄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검찰은 폭력조직이 온라인 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지속적인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