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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겨야 통하니까… 성형수술 연 36만 건 한국은 ‘성형 G7’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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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우리 속담이 말하는 것처럼 부모에게 자식은 다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북한 속담은 “열 손가락 깨물어 다 아픈 중 새끼손가락이 제일 아프다”고 하여 부모의 막냇자식 사랑이 각별함을 표현한다. 자식 사랑에도 출생 순서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부모는 잘생긴 자식을 더 사랑한다. 부모의 자식 사랑에도 흠집을 낼 수 있는 게 외모의 차이가 낳는 편견과 차별이다.

성형 미인 신화는 ‘미녀는 괴로워(2006)’의 ‘S라인 코미디’ 돌풍에 일조했다. [KM컬처스 제공]

우리는 학교에서 이렇게 배웠다.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제 눈에 안경이다.)”

-“Beauty is but skin-deep.(미모도 따지고 보면 가죽 한 꺼풀이다.)”

-미인박명(美人薄命·미인은 불행하거나 병약해 요절하는 일이 많다).

현실에서는 “잘생기면 살고, 못생기면 죽는다”는 식의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외모는 스트레스와 콤플렉스의 주범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직장인 598명 대상)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최대의 콤플렉스는 학벌(20%)이나 영어 실력(17%)이 아니라 용모 콤플렉스(여성의 51%, 남성의 36%)로 나타났다.

용모·외모 콤플렉스에 가장 ‘손쉽게’ 대처하는 방법은 상품과 용역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7위의 성형수술(36만5145건) 대국이다. 성형수술에 관한 한 우리가 따라잡으려는 나라들인 독일(8위)·프랑스(14위)·영국(17위)을 제친 것이다.

천문학적인 세계 뷰티산업 규모(3300억 달러), 세계 성형 시장 규모(200억 달러), 미국 다이어트 시장 규모(400억 달러), 우리나라 성형 시장 규모(5조원)는 아름다움을 희구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계량화해 보여 주고 있다.

화장품·성형·다이어트로 외모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모를 차별의 극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모 때문에 억울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모 차별은 공정사회의 적(敵)이다.

인류가 극복해야 할 차별의 종류는 다양하다. 인종·성별·종교·장애·연령의 차이가 차별을 낳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가 분류하는 차별의 종류는 19가지나 된다. 그중에서도 체중·신장·용모와 같은 외모의 차이는 보다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차별의 원천이다.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외모 차별 철폐 선진국’의 길을 가고 있다.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7조 2항은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제시·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비록 입법이 좌절되기는 했으나 법무부가 2007년 공고했던 차별금지법에는 용모 차별 금지가 포함됐다.

그러나 외모 차별을 국가와 사회, 개인이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모 차별 철폐는 ‘보다 시급한’ 차별의 철폐에 매달리느라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게다가 외모 차별은 다른 차별과 씨줄·날줄로 엮여 있다. 외모 차별은 남녀 차별, 연령 차별, 인종 차별과 연계돼 더 악화될 수 있다. 예컨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이성의 외모에 더 집착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밝혀졌는데 남녀 차별이 남성 우위 사회를 보존하는 한 외모 차별은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개인 차원에서 외모 차별 극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우리 속담에 “첫애 낳고 나면 평안 감사도 뒤돌아본다”고 했다. 첫아이를 낳고 나면 태도나 행동이 떳떳해지며 아름다움도 돋보이고 예뻐진다는 뜻이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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