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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이젠 지식재산 비즈니스에 눈 돌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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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상조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09년 우리나라는 426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올렸다. 그러나 특허사용료로 해외에 지급한 돈만 71억 달러에 달한다. 뼈 빠지게 무역을 해서 벌어들인 수익의 20% 정도가 고스란히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IV)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 대학으로부터 200여 건의 특허기술과 아이디어를 매입했다. 급기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수조원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최근엔 하이닉스반도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괴물의 위력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아름다운 로맨스일 수 있다. 특허괴물의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들의 행태가 사회적 해악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특허괴물들의 특허관리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허기술이란 자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식재산 기반 사회로의 이행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비전을 가지고 2009년 7월 지식재산강국 실현 전략을 발표하면서 창의자본 육성 등 민간 지식재산 비즈니스의 육성 의지를 밝혔다. 그 결과 정부 자금이 투입된 특허펀드를 운영하는 아이큐브파트너스라는 회사가 설립되었고, 2010년 9월에는 민관 합동의 제1호 한국형 창의자본주식회사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주)가 출범했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지식재산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설립된 두 회사는 향후 지식재산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재산 비즈니스 플레이어가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재산 비즈니스가 성숙하기 위한 시장과 제도적 환경이 완비돼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기본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이에 따라 지식재산 비즈니스 육성과 지식재산 서비스업 활성화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는 지식재산기본계획도 조만간 실행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지식재산 비즈니스 산업은 무형의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기에 이를 위한 각종 제도적 기반구축을 규정한 법과 계획의 중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식재산 비즈니스가 산업구조 측면에서 갖고 있는 위상을 살펴보면 지식재산은 기존에 연구개발(R&D) 활동의 결과물로만 인식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재산이 하나의 비즈니스이며 산업으로 인식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라이선싱을 제외한 특허거래 시장 규모가 2000년 2억 달러에서 2008년 14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되었으며 2010년 특허권을 주식처럼 거래하도록 중개해 주는 IPXI(IP Exchange International)가 설립되기도 했다.

 지식재산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우수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 목적의 지식재산 R&D를 지원하기 위해 지식재산 인큐베이션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고 하니 이것이 지식재산 비즈니스 산업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식재산 인큐베이션을 촉매로 해 지식재산 비즈니스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현장에서 실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도 10대 뉴스의 하나로 800만 명의 폭발적인 가입자 수를 기록한 스마트폰인데, 기술과 콘텐트의 융합이 그 배경이다. 지식재산 비즈니스도 기술과 법률, 그리고 경영의 융합에 의해 수조원의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