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제금융위기 선진국 책임론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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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세계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주요인은 개발도상국의 금융 운용 잘못이 아니라 선진국 금융시스템의 문제점들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날 `세계금융시스템 개혁의 현주소'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가 현 국제금융시스템의 위기상황이 마치 개도국의 금융시장 미성숙이나 자본통제 미흡 등에 따른 것처럼 왜곡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고서는 "개도국의 금융위기는 개도국 자체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위기가 발생해도 그 규모로 봐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민간금융시장 자금조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진국 은행, 증권사, 헤지펀드 들이 금융기관 상호간 차입이나 파생상품의 거래를 통해 실물경제와 관련없는 막대한 차입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 세계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근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8년 미국 대형 증권사들의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10대1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23대1로 높아진 것이나 헤지펀드들의 운용자산이 순자산의 2천-5천%에 이르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개도국 금융위기도 이같은 선진국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이 분출된 증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선진국들이 1차적으로 자국 금융시장에서의 감독과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파생상품 등의 거래와 관련된 공시 강화 ▶차입자산이 많은 기관의 자기자본비율 제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 전경련 국제경제팀장(경제학 박사)은 "선진국 금융기관의 차입에 의존한 유동성은 자칫 금융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도 국제사회의 논의가 지나치게 개도국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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