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신상린] 2010년 12월 중국 게임 산업의 현재 위치

중앙일보

입력

이달 초순 중국 상하이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개의 게임 관련 행사가 개최되었다. 하나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 상하이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2010 Game Developers Conference China, GDC China 2010), 다른 하나는 4일과 5일 이틀 동안 상해 신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텐센트 게임 카니발(Tencent Games Carnival 2010, TGC2010). 이 두 행사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설명한 이유는 두 행사가 세계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 산업의 현재 위치를 증명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 행사가 갖는 목적성과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GDC는 단연 세계 제일의 규모와 수준을 자랑하는 게임 개발 관련 컨퍼런스다. 내년이면 25회째를 맞이하는 GDC는 매년 상반기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며, 작년의 경우, 5일 동안 9개 분야, 400여 강연과 18,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기록했다. 그 역사와 규모,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유일무이의 게임 전문 컨퍼런스로 인정 받아 왔으며, 몇 년 전부터는 GDC 유럽, GDC 온라인 등으로 그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그런 GDC가 유럽 다음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매년 그 규모를 확장해 온 GDC 차이나는 올해 온라인과 소셜 게임에 특화된 성격을 내비치며, 7개 분야, 59개 강연을 진행하며 약 3,300명의 참가자라는 훌륭한 숫자들을 내뱉었다. 특히, 59개의 강연 중 66%에 해당하는 39개가 해외 강연자로 채워졌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성과로 꼽힌다. 2010년 전 세계 게임업계를 주도한 트렌드인 소셜 게임의 주도 세력인 징가(Zynga), 플레이피쉬(Playfish), 팝캡(PopCap Games), 플레이돔(Playdom) 등의 주요 임원진과 개발진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점 역시 중국 시장에 갖는 기대와 분위기를 짐작하게끔 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컨퍼런스 기간 내내 이들 대부분이 중국 내 개발 스튜디오 설립의 필요성과 계획들을 피력했다는 것. 징가 베이징(Zynga Bejing)의 앤디 탄(Andy Tan) 이사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소셜게임의 궁극적 종착지는 중국이 될 것이며, (개발 단계에서부터)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경쟁 심화 단계인 현재의 소셜 게임 시장에서 어떤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뜻.’ 이라고 소회했다.

TGC2010은 중국 인터넷 및 게임 서비스 전문 업체인 텐센트가 지난 2008년부터 개최해 온 축제 형식의 전시회다. 텐센트는 국내에서는 아직은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세계 IT분야 매출 기준 3위(09년 기준 18억 달러), 시가 총액 기준 400억 달러(올해 상반기 기준) 규모를 자랑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구글의 중국 사업 철수 소식을 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이 될 수 있는 중국 업체로 텐센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TGC2010은 텐센트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있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인하우스(In-house: 내부 개발부서 혹은 개발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게임들은 더 이상 한국산 온라인게임들로 ‘먹고 살던’ 중국 게임 산업이 아니라는 걸 시위(示威)하는 듯 했고, 이에 반해 현장에서 진행된 몇몇 ‘수입산’ 온라인게임들의 런칭 행사는 맛깔 나는 감초 역할 그 이상은 아니었다. 5억 명 이상의 가입자(중복계정 포함)를 보유한 메신저 서비스 QQ를 기반으로, 온라인게임, 음악, 동영상, 소셜네트워킹, e커머스, 소셜커머스 등 인터넷의 ‘I’가 들어가는 모든 사업에 손을 뻗고 있는 텐센트와 그가 이끄는 중국 게임 산업의 현재는 올해 역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게임 산업의 내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20여년 간 일본과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 게임 개발 산업의 흐름은 비디오 - PC - 온라인이라는 시대적 플랫폼의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장 크기를 앞세워 진공청소기 마냥 국산 온라인게임들을 흡입해온 중국 게임 산업은 막강한 자본력, 풍부한 개발 인력, 해외 업체들의 진입 러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들에 힘입어 그 흐름 마저 바꿔 놓았다. 지난 2008년부터 산업과 학계에서 외쳐오던 중국 게임 산업 경계령은 이제 더 이상 경계 수준이 아닌 추월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 상하이에서 이 두 행사가 폐막한 이후, 한국에서는 THQ, 코에이 등 해외 게임 업체들의 한국 지사 철수 소식이 전해져왔다.

신상린 복단대학 관리학원 중국마케팅센터 수석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