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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민주 정부, 유엔이 지켜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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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시험대다. 유엔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내전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 코트디부아르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이끌고 있는 최영진(62·사진)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현지 대통령 선거에서 최종 심판관 역할을 했다. 유엔이 아프리카 대선 결과를 인증하기 위해 파견한 특별대표는 그가 처음이다.

 유엔은 현직 대통령인 로랑 그바그보가 야당의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가 승리한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와타라를 당선자로 선포했다. 최 대표는 “아프리카에선 선거에서 진 권력자가 군대와 부족을 동원해 우격다짐으로 권력을 계속 장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코트디부아르에서 이런 악순환을 끊겠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정부를 세우는 임무를 맡은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 11월 28일 선거는 어땠나.

 “아프리카에서 치른 가장 모범적인 선거였다. 투표 참여율이 81%가 넘었고 부정도 거의 없었다.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결과를 인증하는 게 내 임무인데,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세 가지 방법으로 이를 평가했다. 그 결과 야당의 와타라 후보가 8%포인트 이상의 확실한 표차로 이긴 것을 확인했다.”

 - 유엔은 유례없이 신속하게 야당후보의 승리를 선포했다.

 “아프리카에선 권력자가 선거에 지고도 권력을 이양하지 않고 군대와 부족을 동원해 권좌를 계속 지키는 악순환이 끊이질 않았다. 최근 케냐와 짐바브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국제사회도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현상유지를 택하는 일이 잦았다. 그 틈새에서 희생당한 건 힘없는 국민이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선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2004년부터 주둔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 선거에서 진 그바그보가 권력을 놓지 않고 저항하고 있는데.

 “16~17일 수도 아비장에서 각 후보의 지지자끼리 충돌해 173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인접국가로 탈출해 난민이 됐다. 지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바그보 측은 유엔군을 직접 공격을 가하지 않는 대신 청년단과 시위대를 앞세워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

 - 와타라 당선자를 유엔군이 보호하고 있다는데.

 “미국 대사관 건너편 골프호텔에 와타라를 보호하고 있다. 그바그보 측은 군대와 청년단을 동원해 호텔 접근로를 차단했다. 유엔군이 장갑차를 앞세워 길을 뚫으면 청년단이 길에 드러누워 진로를 막는다. 유엔군도 청년단이 식사하거나 쉬는 사이 전광석화처럼 급식차를 들여보내는 ‘007작전’을 매일 벌이고 있다. 그것마저 막히면 헬기로 호텔에 물과 식량을 떨어뜨려 주기도 한다. 마치 옛 동서독 분단시절 베를린 공수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최 대표의 신변 안전은.

 “선거 이후 그바그보 측의 감시와 도청 때문에 간부진·비서진과 함께 아비장 시내에 있는 유엔군 본부에서 기거하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 박윤진 대사 부부가 한식을 보내줘 통조림 식사를 면할 때도 있다. 며칠 전에는 유엔군 정찰대가 시내에 나갔다가 그바그보 보안군의 추격으로 새벽 1시에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 그바그보의 퇴진 가능성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제3국 망명을 종용하고 있는데 그바그보가 말을 듣지 않는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의 자금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권력 유지를 위해 5만5000명의 군대와 14만 명의 공무원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를 유지할 돈줄이 막히면 권력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새해 소망은.

 “유혈사태를 피하면서 코트디부아르에 합법적인 민주정부를 세우는 일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최영진 특별대표=2007년 11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로 임명됐다. 부임 뒤 유엔 안팎의 우려와 달리 아프리카연합(AU)는 물론 그바그보 대통령으로부터도 신임을 받았을 정도로 현지 상황을 장악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외무고시 6기로 반 총장과는 수차례 같은 부서에서 일했다. 2005년 유엔주재 한국대사로 임명돼 반 총장의 사무총장 선거를 현장에서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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