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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규탄” 75번째 38선 횡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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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38선 횡단에 나선 유대지(오른쪽)씨 부부가 강원도 화천군 배후령에서 포즈를 취했다.

“다시는 북한이 우리나라를 도발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과거 국토분단선이었던 북위 38도선을 따라 국토를 동서횡단하겠습니다.”

 29일 새벽 4시 성남시 구미동 유대지(61)씨 자택 앞.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유씨 부부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차에 올랐다. 이들의 머리에는 ‘전쟁 반대’ ‘아버지’ 라는 글씨가 새겨진 검은색 모자가 쓰였다. 어깨에는 ‘조국평화’라고 적힌 노란색 띠를 둘렀다. 차 곳곳에는 ‘연평도와 천안함은 북괴를 규탄한다’ ‘金 父子(김 부자)! 이제 쏘지 말고 국만 앞에 사죄하라’라는 현수막과 태극기를 붙였다.

 유씨 부부의 38도선 동서 횡단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성남 자택을 출발, 오전 7시쯤 강원도 동부 양양에 도착했다. 동쪽의 38선 시발점인 양양군 하광정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한계령을 넘어 인제-양구-화천-사창-포천-전곡-문산-중부전선 임진각까지 18개 시군(총연장 270㎞)을 경유했다. 오후 4시쯤 파주 임진각을 끝으로 38선 동서 횡단을 끝냈다. 38선이 북한 지역에 있는 경기도 서부의 경우 휴전선 남쪽 코스를 택했다.

 유씨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전사한 군 장병과 희생된 주민을 추모하고 북한의 군사도발을 규탄하기 위해 ‘38선 따라 국토 동서 횡단’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사실 유씨 부부의 국토 동서 횡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38선을 따라 국토를 횡단한 것만 74번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유씨를 ‘38선 맨’이라고 부른다. 휴전선을 따라 횡단한 적도 있다. 북한이 핵 개발로 문제를 일으키던 1994년 ‘전쟁반대’를 외치며 부인 이순필(61)씨와 함께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백령도에 이르는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 20일간 걷는 국토횡단 대행진을 펼쳤다. 유씨가 38선을 따라 국토를 횡단하게 된 이유는 바로 ‘아버지’ 때문이다. 49년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부친 유귀용(당시 27세)씨가 빨치산 토벌 작전 중 순직하면서 유씨는 유복자로 자랐다. 그 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 안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90년부터 38선 횡단을 계획했지만 초기에는 아내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씨는 “전쟁 유복자로 자란 만큼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계획했는데 아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심하게 반대를 했다”며 “하지만 아내도 6·25전쟁 당시 다친 상처로 평생 고생하던 친정오빠를 떠올리며 ‘같이 횡단하겠다’고 결정, 함께 다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38선 뿐 아니라 6·25전쟁 발발 50주년이던 2000년도에는 뉴욕-워싱턴-덴버-샌프란시스코-LA 13개 주 4000㎞를 현지에서 빌린 자동차로 달리면서 대한민국의 평화를 기원했다. 유씨 부부는 “올해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해 46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고 연평도도 포격하는 등 6·25전쟁에 준하는 도발행위를 했다”고 비난하며 “내년에는 북한의 도발을 제압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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