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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10년의 기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8호 02면

10년의 세월은 8.5㎝였습니다. 미디어 아트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nabi)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20일 펴낸 『이것이 미디어 아트다!』의 두께는 전화번호부보다 더 두꺼웠습니다. 그동안 나비가 기획했던 강연과 심포지엄·워크숍에서 오간 내용이 빼곡히 담겨 있는 실한 자료집입니다. 아트센터 나비는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부인 고 박계희 여사가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을 모태로 하고 있죠. 1997년 박 여사의 별세로 미술관을 이어받은 당시 서른여섯의 노소영 관장(사진)은 새롭게 꿈틀대던 디지털 혁명과 인터넷의 확산에서 미술관의 미래를 예감합니다. 그때의 ‘당돌한 발상’을 그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 예술에도 혁명이 오는 거야. 혁명은 변두리로부터 오지. 더 이상 기존의 미술관과 같은 제도의 수호자이자 낡은 Gatekeeper들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 민주적인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 확산하고 즐기는 거야. 새로운 예술은 오감으로 체험하는 예술, 네트워크를 통해 한없이 열려있는 예술, 그리고 돈과 관습에 오염되지 않은 예술이지. 우리는 예술을 민주화할 수 있어. 세상은 그것을 원해. 인간 해방을 위해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제 제대로 보여줄 때가 온 거야!”(책 14쪽)

과학기술·예술·디자인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 29명과 함께 ‘통섭’의 모임을 가진 것이 2000년 6월, 휴대전화에 작가 50여 명의 작품을 전시한 ‘M-Gallery’를 시작한 것이 2004년…. ‘나비’는 0과 1의 무한반복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세상을 분주히 날아다녔습니다(꽃 사이를 오가며 열매 맺게 해주는 것을 본받자며 붙인 이름이 나비랍니다).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잠시 왔다가 사방팔방 흩어져 버리는 찰나적인 디지털 예술이 이 땅을 거쳐간 10년의 기록은 그래서 소중합니다. 앞으로 10년 후의 미디어 아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내년 2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4층에서 열리는 아트센터 나비의 전시 ‘이것이 미디어 아트다!’도 한번 지긋이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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