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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장편소설 『그림자 도둑』 저자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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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마크 레비는 소설의 총 판매량이 2000만 부에 이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Ahn Joo-young/Elle Korea

기욤 뮈소, 안나 가발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랑스의 인기 작가 마크 레비(49). 그의 신작 장편소설 『그림자 도둑』(열림원)이 출간됐다. 가슴을 덥혀줄 한 줄기 위안이 절실한 연말에 맞춰 ‘기획출시’된 듯한 작품이다.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은데다(원고지 700쪽) 빨리 읽히고 시쳇말로 감동의 물결이 넘친다.

 소설은 판타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 제목대로 타인의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을 타고난 소년의 성장기다. 그림자는 중의적이다. 햇빛에 의해 발생하는 물리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그늘을 뜻한다. 주인공 ‘나’는 그림자가 겹치는 다른 사람의 내밀한 불행을 알게 되는 것이다. 공감의 능력을 타고 났으면서도 상실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다정다감한 캐릭터랄까. 주인공이 영혼까지 통하는 소울메이트 여성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 소설의 뼈대다. 이별·죽음, 반목과 화해 등 감정선(線)을 자극하는 에피소드는 익숙한 것들인데도 곳곳에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작가를 e-메일 인터뷰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동갑내기 친구인 그는 베르베르의 성공에 자극받았는지 한국 시장에 관심이 크다고 한다. 성탄절 연휴 기간임에도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림자를 훔친다는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한 번은 공원에서 할아버지와 손자를 목격한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쾌활했고, 손자는 진지했다. 순간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가능케 하는 장치로 그림자 도둑을 고안했다. 소설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첫사랑의 이야기이면서 모자간의 사랑 얘기다.”

 -2009년 프랑스 최대의 베스트셀러 『낮』은 인류의 기원을 캐는 인디아나 존스식 모험담이었다. 작품 색깔이 다양한데.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속편 소설에서도 전혀 성격이 다른 모험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장면으로 독자들을 깜짝 놀래키는 걸 무엇보다 중시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가능케 하는 상상력은 어떻게 생기나.

 “나를 둘러싼 삶에서 나온다. 나는 일상의 작은 것들에 자주 감동하는 편이다. 또 내 주변의 일들에 대해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만으로 소설이 되지는 않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온전한 정체성을 갖출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이야기의 구조가 생겨난다.”

 -성공한 기업인, 실력 있는 건축가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이력이 특이하다. 그런 경험이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되나.

 “글쓰기는 매우 자유로운 세계다. 작가가 되기까지 경로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가 문학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이다. 내 글쓰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여태 만난 사람들이 글쓰기라는 나의 새로운 여정에서 큰 힘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전 이력은 상상력에 보탬이 된다.”

 소설가로 성공하자 ‘전업’으로 돌아선 레비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사는 일은 삶을 새로 배우는 학교에 다니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유순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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