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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떡볶이 장수, 택시기사의 따뜻한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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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말 온정의 손길이 예년 같지 않은 모양이다. 사회복지시설에 기부자의 발길이 줄어들고, 구세군 자선냄비도 초라해 보인다. 경기(景氣)가 여전히 어려운 데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일부 모금기관의 성금 유용(流用) 비리로 기부 분위기가 가라앉은 탓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주위엔 기부와 봉사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기부·봉사자 150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참석자들의 면면(面面)을 보면 하나같이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을 도우려는 보통 사람들이다. 떡볶이 장사를 하는 김희영(54)씨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아들은 뇌종양을 앓는 딱한 형편인데도 2002년부터 매달 소액 기부를 하고 있다. 30여 년간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한 김철수(59)씨는 6년째 정기 기부와 함께 노숙인 무료급식 배식(配食) 자원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택시기사 김형권(64)씨는 하루 매출의 1%를 모아 기부하고, 치킨집 주인 강성자(44)씨는 닭 한 마리를 팔 때마다 500원씩을 따로 떼어 월드비전에 보낸다. 꼭 많은 재산이 있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나마 나누고 싶어 하는 보통 사람들의 숭고한 나눔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눔과 기부에 대기업이나 부유층의 동참은 꼭 필요하다. 사회 지도층도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사재 300여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들었고, 월급도 여러 형태로 기부한다지 않은가. 그러나 나눔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려면 무엇보다 일반 개인의 기부가 늘어나야 한다. 평생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어떤가. 청와대 오찬에 초청된 보통 사람들의 작은 나눔도 충분히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어려운 이웃을 위로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갖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기쁨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회가 어려울수록 이웃사랑의 실천은 절실하다. 우리 사회 전반으로 기부와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