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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시회 인증제 정착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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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대규
(사)한국전시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전시회 참관객 1000만 명 시대다. 2009년 기준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국내 전시회를 참관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전시회는 미술전시회·사진전시회 등이 아니라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와 상담·홍보가 이뤄지는 전시회를 의미한다. 이는 전시회가 더 이상 특정 부류의 사람만 참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전시회는 오늘날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회 개최 건수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 300건, 2009년 422건으로 연평균 7.1%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전시회의 효과를 보여주는 ‘50% 룰’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전시산업연구소(CEIR)의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은 참가하지 않은 기업이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의 50%만 사용하고도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시회, 특히 무역상담 및 제품 수출과 관련 있는 무역전시회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특히 중요한 요소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 낸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이 최고의 수출경쟁력을 자랑하는 이유는 전시 최선진국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도 2008년 ‘전시산업발전법’을 제정·시행 중에 있고, 올 6월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전시·회의산업 발전방안’을 통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려 노력 중에 있다. 현재는 전시산업발전 5개년 계획에 맞춰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08년 0.18%에서 2012년 0.28%로 확대하며, 고용창출 역시 2008년 1만9000명에서 2012년 2만8000명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시산업의 성장을 위한 기본요소는 제품경쟁력 높은 기업이 해외 업체 및 바이어와의 상담기회를 높이는 데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정보의 습득을 통해 가장 성과가 있을 만한 전시회를 찾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이 점 때문에 몇몇 전시회는 자신들이 개최하는 전시회의 실적을 높여서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참가업체와 참관객 수는 주최자가 가장 쉽게 부풀리고 싶어하는 데이터다. 정확한 데이터의 제공은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과 어떤 전시회를 참관할지 결정하는 참관객에게 매우 중요하다.

 물론 전시회를 평가하는 기준이 정량적인 수치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시 주최자 각각의 기준으로 집계하기보다는 표준화된 기준을 가지고 전시회를 보게 된다면 유사 전시회 간 비교도 용이해질 것이다. 전시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참가업체, 참관객 수에 대한 데이터를 국제화·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감사하는 전시회 인증제도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현재 국내 전시회 중 인증전시회가 차지하는 비율은 13%지만 그 의미는 크다. 전시회 인증 데이터를 이용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대표전시회인 글로벌 톱 전시회 육성 및 더 나아가 전시강국의 육성, 신뢰할 수 있는 통계자료의 구축에 인증데이터의 활용도가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 결과 2012년 대한민국은 교역규모에 맞는 세계 10위 전시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이에 전시뿐 아니라 수출·무역에 대한 관심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시회가 경제이며, 인증 전시회는 경쟁력이다.

최대규 (사)한국전시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