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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재건축, `환수제 폭탄` 맞나

조인스랜드

입력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시행(5월 19일) 이전에 아파트 분양승인을 신청해야 하는 서울 재건축단지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다음달 초 진행되는 서울 5차 동시분양분의 분양승인 신청이 2일 시작됐지만 소송에 얽힌 재건축 단지의 분양승인 신청 가능 여부에 대한 기준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분양승인 접수ㆍ승인권자인 구청은 건교부에 기준제시를 요구하지만 건교부는 분명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이번에 분양승인을 신청하지 못하면 환수제의 적용을 받아 일부 가구(용적률 증가분의 10%)를 임대 아파트로 내놓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5차 때 나오는 아파트 분양가는 다소 내려갈 전망이다.

기준 명확하지 않아=환수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 승인 신청접수 시한은 16일까지다. 환수제를 벗어나기 위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재건축조합이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비동의자를 대상으로 낸 매도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단지(조합원 총 1만7000여가구)의 신청을 받아줄지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일부 구청은 지난 4차 동시분양 때 이 문제로 강남구 도곡2차의 분양승인이 건교부의 요청으로 보류됐기 때문에 건교부의 최종 해석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이 분양 승인을 내줄 수 없는 하자로 결론 지어지면 신청 접수도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잠실시영ㆍ잠실1단지 등 2개 단지의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송파구청 관계자는 “건교부의 결정을 봐야 하고 그 전에는 받아주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청 고문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자문과 건교부의 최종 지침을 받아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건교부 관계자는 도곡2차의 분양승인 보류를 요청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도“법률 검토 중으로 조만간 결론짓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 구청과 달리 강동구청은 최근 판결 결과에 따라 암사동 강동시영1단지의 분양승인 신청을 받아주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을 하도록 판결했고 이전비용을 공탁했기 때문에 법원 판결이 뒤집히기 전에는 최근 판결에 따라 신청 접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구청들은 매도청구소송이 아닌 다른 법적 다툼 중인 삼성동 영동AID차관 등의 신청 접수 여부는 법원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7조(입주자모집시기 및 조건)는 주택이 건설되는 대지의 소유권 확보를 입주자모집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지 소유권 확보가 중요한 것은 땅이 모두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선 계획된 주택을 모두 지을 수 없기 때문.

물론 반대하는 땅을 빼고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땅 지분은 공유지분이다. 가구별로 나눠져 있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반대하는 만큼 땅을 제외할 수가 없다.

재건축은 주민 80% 이상만 동의하면 가능하다. 반대하는 일부의 토지 등 소유권을 강제로 넘겨받을 수 있는 장치로 매도청구권이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재건축 비동의자들이 토지 등의 소유권을 조합 측에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이들을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대지 소유권 확보와 관련해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관건이다. 재건축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매도청구권만 부여했지 소송 중인 경우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아 해석이 분분한 것이다.

매도청구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확정판결 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을 중단해 놓고 확정판결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소송 중’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건교부는 매도청구 소송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7조를 근거로 분양이 어렵지 않으냐고 본 것 같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대로 대지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한다고 보는 것 같다.

한편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사업의 경우에도 매도청구권이 있다. 알박기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관련 주택법이 개정됐다. 90% 이상의 대지를 확보하고 나머지 땅에 대해서는 일정한 협의를 거쳐 그래도 매도하지 않으면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매도청구소송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 소유권이 확보되기 전 소송 중일 때는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분양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건교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전에 재건축을 규정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에는 ‘매도청구한 경우엔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아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구청들은 “일반분양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이 같은 규정이 빠졌는데 이는 주택건설촉진법은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규제가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유권 확보 ‘간주’가 관건=매도청구소송 자체는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소유권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할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구청이나 조합 등은 “소유권 확보로 ‘간주’하고 다음 사업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건교부도 이전에는 분양에 매도청구 소송을 별달리 문제 삼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이번에 문제 삼으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매도청구소송 진행 중인 마포구 서강주택재건축조합의 질의에 대해 “분양승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정모씨의 민원에 대해 “정비구역 내 토지에 대해서도 매도청구가 가능하므로 매도청구가 신청되면 분양신청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매도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분양승인을 득할 수 있는지’를 묻는 민원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건교부도 매도청구소송을 소유권 확보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왔다갔다하는 답변을 했다.

지난해 8월 ‘매도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해 판결대로 판결금액을 법원공탁하면 분양승인이 가능한지’에 대한 민원에 “매도청구가 됐을 경우 소유권 확보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서강주택재건축조합의 질의에 대해서는 “매도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소유권을 확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사업주체가 보증회사의 분양보증서를 받고 소유권 확보 이행각서 공증 등을 해 입주예정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면 입주자 모집(일반분양) 승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강주택재건축에 대한 회신은 ‘매도청구 소송을 소유권 확보 간주 여부와 상관없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돼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논란의 핵심 가운데는 ‘입주예정자 피해’도 들어있는 셈이다. 대지 소유권 확보 역시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이고 서강재건축조합 회신 역시 소송 진행 중이더라도 입주예정자 피해만 없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결국 입주예정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가장 안전한 방법이 대지 소유권 확보이고 매도청구소송을 확보로 볼 것이냐의 논란이 생긴 셈이다.

매도청구소송이 입주예정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 많다. 구청 관계자는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이 거의 패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패소하는 경우는 매도청구소송이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 결의 등 이전 사업절차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

대한주택보증회사 관계자도 “가격이 맞지 않아 소송으로 비화하는 것이어서 공탁ㆍ담보 등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충분한 보장이 돼 있으면 결국 해결될 문제여서 분양보증서를 내준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일반분양 뒤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이 결국 지더라도 그에 따른 불이익은 일반분양자가 아닌 조합이 지면 되기 때문에 분양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매도청구소송 패소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은 굳이 인가받을 필요없이 신고로 처리할 수 있다.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도청구소송 문제가 법적 하자를 가려보려는 것보다 재건축 단지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트집이 아닌가’하는 주장이 조합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구책 주력=소송에 얽힌 재건축 단지들은 환수제를 피하려는 시일에 쫓겨 건교부 최종 유권해석이나 재판부 판결을 기다리기보다 자구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동의자와 합의해 소송을 취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서강주택재건축조합은 이달 중순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법원 판결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초 조정을 거쳐 하루빨리 분양승인 신청을 하려는 것이다. 잠실시영 등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은 건교부의 입에 해당 단지들의 환수제 희비가 달려 있는 셈이다.

분양가는 더 내릴 듯=4차 동시분양 때 송파구 잠실2단지가 분양가 홍역을 치른 뒤 구청이 분양가 인하에 적극적이고 재건축조합들도 분양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잠실시영ㆍ잠실1단지의 분양가는 잠실2단지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지의 관리처분 분양가가 20평형대의 경우 평당 1795만원으로 잠실2단지(평당 1810만원)보다 싸다. 특히 잠실1단지는 관련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대로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잠실시영 16평형은 잠실2단지 12평형과 비슷한 평당 1505만원으로 관리처분 때 결정됐지만 2일부터 청약접수에 들어간 잠실2단지 12평형의 분양률을 보고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송파구청도 “분양시기와 입지여건이 비슷해 잠실2단지의 가격이 기준이 될 것”이라며 분양가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곡2차는 분양승인 신청했던 평당 1930만∼2000만원에서 평당 100만원 가량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청이 평당 1800만원대로 인하를 권고했고 조합측도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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