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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비웃는 강남권 재건축시장

조인스랜드

입력

“집주인들의 기대 심리로 자고 나면 호가가 뜁니다. 2001∼2002년 재건축 호황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서초구 잠원동 S중개업소 사장)

“개발이익환수제 등 악재가 많은데도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우리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매수대기자는 많은데 매물은 거의 없습니다.”(강남구 개포동 W중개업소 사장)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바라보는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는 대체로 현재 상태에 대해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정부 정책과 따로 논다.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단지들이 모두 투기지역ㆍ주택거래신고지역 등으로 지정돼 세금 부담이 크고, 개발이익환수제ㆍ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ㆍ후분양 등 재건축 규제책도 모두 적용된다. 1대 1 재건축으로 용적률 증가폭이 크지 않은 중층 단지들은 평형을 못늘리고, 임대아파트를 지으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데도 매물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상승세는 강북권 등으로 번지지 않았으나 강남권이 그동안 주택가격 상승의 진원지였고 재건축의 경우 호가 장세가 아니라 실제 거래가 되고 있고 일부 일반아파트도 호가를 올린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강남권만 들떠


서초구는 지난달 28일 취득ㆍ등록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진정될 기미는 전혀 없다. 재건축값 상승세는 인근 일반 아파트로 확산하는 추세다.

서초동 신동아ㆍ무지개ㆍ현대아이파크 등은 지난 주 1000여만원 올랐고, 강남구 개포동 우성ㆍ주공고층단지 등도 1000여만원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48평형의 경우 최근 한달 새 8000여만원 올라 8억∼9억5000만원이다.

송파구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잠실 일대 재건축 바람 때문에 일반 아파트 집주인도 호가를 올려 내놓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열기와 파장은 강남권에 국한되는 모습이다. 재건축이 활발한 수도권은 비교적 잠잠하다. 광명시 철산동 주공단지의 경우 이달 중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움직임이 별로 없다.


철산동 래미안공인 관계자는 “최근 투기지역에서 해제되고, 사업승인 신청 이후 가격이 소폭 올랐으나 2ㆍ17대책이 나오고 다시 주춤하다”며 “급매물만 간간히 거래될 뿐 대체로 보합세”라고 말했다.

의왕시 포일지구도 마찬가지다. 내손동 삼성부동산 정미경 실장은 “지난해 연말 지구단위계획 수립후 반짝 상승했으나 올들어 매수세가 줄었다”고 말했다. 대단지 재건축 대상이 거의 없는 서울 비강남권의 아파트값도 대체로 안정세다.

막연한 기대감일까


강남권만 유독 들썩이는 이유는 뭘까. 많은 중개업자들은“강남에 나올 수 있는 규제는 거의 노출돼 더 이상 악재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이런 기대감이 규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개발이익환수제도 2003년 10ㆍ29대책 이후 줄곧 예고된 악재여서 시행되기도 전에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초구 서초동 시티공인 안시찬 사장은 “언젠가는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논리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 때문에 매물 기근현상은 심화되고, 값을 올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조합설립인가 이후 단지는 전매가 1회만 허용돼 매물이 더 부족한데 나오기만하면 비싼 값에도 거래가 돼 호가가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동 한가람공인 이병기 사장은“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지난해 말까지 많이 팔았고, 매도시기를 놓친 사람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며 “매도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시중에 떠돌고 있는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이 여전히 재건축과 같은 고수익 상품을 기웃거리는 것도 원인이다. 아는 사람끼리 ‘사모펀드’를 조성해 향후 집값이 오를 만한 곳을 사두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 등 인기지역의 청약기회가 줄면서 결국 돈이 될만한 곳은 강남권밖에 없다는 불안심리도 한몫하고 있다. 가락동 삼천공인 홍순화 사장은“경기회복으로 아파트값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에 지난해 집장만을 미뤘던 사람들이 올해 매수세로 폭발한 것”이라며 “분양가 때문에 일반분양분보다 기존 재건축 조합원분을, 기왕이면 강남권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가 늘어난 것도 규제에 덜 민감한 원인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ㆍ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세금이 강화되기 전까지는 재건축 시장에 투자수요가 대부분이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실수요자는 어차피 차익이 없어도 들어가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감히 매입한다”며 “무주택자나 1주택 소유자들이 살던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구입하는 형태가 많다”고 말했다.

거품 붕괴 주의보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특별한 악재가 없으면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압구정동 공간공인 김희선 실장은 “매물이 없는 상태에서 매수 대기자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4∼5월 비수기에 잠시 꺾일 수 있지만 다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재건축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개발이익환수제 등은 적용 사례가 없고, 정확한 수익성을 분석하지 못한 채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값이 뛰고 있다”며“중층아파트의 경우 실제 투자가치보다 과대평가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사업단계에 따라 국지적 상승세는 예상할 수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움직인 곳은 곧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며“실수요자들은 추격 매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도 최근 재건축 강세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추가 대책 등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 서종대 주택국장은 “지금 주택 시장은 시계추가 정점에 내려갈 때 진폭이 나타나는 것처럼 가격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그 폭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며 “비수기가 되고, 다음 달 개발이익환수제가 실제로 시행되면 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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