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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 불붙을까

조인스랜드

입력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로 용적률이 별로 늘어나지 않는 고밀도지구 등 중층 단지들에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용적률 30% 미만 증가 단지는 환수제에서 제외하려던 정부가 용적률이 1%라도 늘어나면 환수제를 적용하겠다며 환수제 제외 단지를 거의 두지 않겠다는 쪽으로 강경해지면서 리모델링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단지들이 일부 환수제 여파를 줄이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는 반면 아직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방향을 잡지 못한 단지들 가운데 리모델링 쪽으로 사업방향을 굳힌 단지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용산구에서 이촌동 수정이 18일 리모델링 창립총회를 갖고 두산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시장이 아직 초기여서 재건축에 비해 메리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은 재건축 대안 정도라는 인식과 불확실한 투자성 때문이다. 리모델링 시장의 현주소를 집중조명한다.

평형 확대, 사업 기간 등에선 리모델링이 유리
재건축으로 지을 수 있는 기준 용적률과 새 용적률 차이가 얼마 되지 않은 단지들의 경우 평형 확대 효과에선 단연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재건축의 경우 기준 용적률 내에서 재건축해야 하기 때문에 용적률이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평형 확대가 제한적이다. 부지 일부를 기부채납해 추가 인센티브를 받더라도 실제 늘어나는 효과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새로 짓는 가구수를 중소형 평형의무비율(전용면적 18평 이하 20% 이상, 18∼25.7평 40% 이상, 25.7평 초과 40% 이하)로 지을 경우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들은 일부 조합원들의 집이 줄어들 수 있다.

때문에 신반포5차 등이 기존 전용면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면적 증가 효과가 작은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전용면적의 30%(최고 9평)까지 넓힐 수 있다. 20평형대가 30평형대, 30평형대가 40평형대 등으로 웬만하면 공급면적 기준으론 10평형 이상을 증축할 수 있다.

용적률 180%의 용산 S아파트의 경우 조합원들의 집이 줄어들지 않으려면 31∼69평형 기존 크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반면 리모델링으로는 31평형을 40평형으로, 55평형은 66평형으로, 69평형은 81평형으로 키울 수 있다.

기회 비용에서도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재건축은 재건축연한 규제로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단지들의 경우 2005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안전진단 규정이 까다로워 재건축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전진단이 허술해 안전진단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19080년대 들어 지어진 건물들은 구조안전성이 좋아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리모델링은 지은 지 20년만 지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절차에 있어서도 재건축은 각종 인허가가 복잡한 데 비해 리모델링은 간단한 편이다.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리모델링 소요기간은 3년 반 정도, 재건축은 이보다 2년 이상 길다.

투자성에서도 리모델링이 낫다는 업체들의 분석도 잇따른다. 압구정동 H아파트를 대상으로 기존 평형을 유지하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비교한 결과 재건축의 경우 30평형대에선 3000여만원의 적자가 에상됐고 55평형은 1억8000만원 정도의 이익이 낫다.

리모델링의 경우 평형별로 모두 9000여만원의 이익이 났다. 55평형의 경우 재건축은 평형증가가 없지만 리모델링은 65평형으로 커지기 때문에 평형확대 등을 고려하면 낫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시장 ‘발아’단계
중층단지들의 경우 리모델링이 나은 것 같아도 리모델링 쪽으로 빠르게 줄서기는 쉽지 않다. 우선 리모델링 시장이 초기단계여서 리모델링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번듯하게 리모델링한 단지가 나와야 그 단지를 보고 리모델링을 많이 할 것 같다”며 “아직 리모델링이 얼마나 근사한지 눈으로 보여주는 단지가 없어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앞뒤로 터서 확장할 경우 평면이 터널 모양으로 길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재건축에 대한 ‘미련’이 크다. 압구정동 등에서 초고층 재건축이 불거지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초고층에 대한 환상을 주민들이 일부 갖고 있다. 올초 여의도에선 한 단지에 붙은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플래카드를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해 떼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초고층 등이 어렵다고 설명해도 주민들이 잘 믿지 않는 눈치이고 시간이 지나면 규제도 바뀔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중층 단지들은 대부분 중대형 평형이다. 10평형대 소형 평형의 저밀도지구 등과 달리 생활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당장 결정해야할 만큼 다급한 사정이 없기도 하다.

리모델링은 투자수요보단 실수요가 좌우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불확실한 탓도 있다. 말 그대로 자기 돈 들여 하는 공사여서 공사비만큼 가격이 오를까 하는 불안심리가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 후 가치도 재건축과 같은 신축 아파트보다는 못할 것이란 생각도 있다.

단지여건에 따라 리모델링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이 높거나 건물이 ‘ㄷ’자 모양으로 배치돼 있으면 증축 후 동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다. 베란다 앞뒤로 긴 직사각형 평면의 경우도 세로로 길쭉한 터널모양이 돼 리모델링의 효과가 적다.

이 때문에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단지규모가 큰 대단지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일부 소규모 단지들에서 추진되는 정도다.

리모델링 비용도 만만찮다. 지하를 파서 주차장을 만들고 구조안전 보강공사를 하기 때문에 재건축과 별 차이가 없는 돈이 들어간다.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곳을 제외하곤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이유다.

LG건설 정재희 차장은 “리모델링 시장은 이제 씨가 뿌려져 싹인 돋아난 상태”라며 “당분간은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다소 관망세가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세금감면ㆍ비용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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