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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국제기구 유치가 국력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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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강영중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

최근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해외에 있는 지인과 스포츠계 인사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한결같이 안부를 걱정하며 한반도의 긴장 상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판문점이라는 설문 내용처럼 남북관계는 이미 전 세계의 관심사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으로 여러 국가를 다니며 활동하면서 정말 부러운 두 나라가 있다. 바로 벨기에와 스위스로, 작지만 강한 나라이면서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국제기구 본부는 약 2만1000개 정도로 미국·벨기에·프랑스·영국 등 주요 국가에 50%가량이 몰려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백신연구소(IVI) 외에는 규모 있는 기구가 없으며 비정부기구(NGO)까지 모두 합쳐 27개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이 270개, 태국이 133개로 경쟁국이나 개발도상국보다도 국제기구 수가 적은 실정이다.

 스위스의 경우엔 무려 843개의 국제기구 본부가 있다. 중립국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국제기구 창설 초기부터 유엔 관련 국제기구 같은 영향력이 크고 근무인원이 많은 기구들을 유치했다. 세계무역기구(WTO)등을 제네바에 유치했으며, 다보스포럼 같은 국제 행사를 개최해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벨기에는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크고 작은 국제기구를 가능한 한 많이 유치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국제기구 본부 유치국이 됐다.

 이 두 나라가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유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그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유치는 국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각국의 주재원이 상주하면서 소비와 국내 고용창출 효과를 내며,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국제회의·컨벤션 등의 개최를 통해 관련 산업들이 발전할 수 있다. 최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많은 국민이 국제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국제기구 유치는 국민들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사회 전체를 선진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WTO사무국이 있는 스위스처럼 국제기구는 국가적 상징과 국제적 영향력의 수단으로 그 자체가 국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더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한다면 그만큼 우리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평화·환경·인권·빈곤 등 국제사회의 핵심과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세계 국제기구 본부가 많으면 많을수록 남북관계 긴장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가 되어야 평화 유지가 가능하다. 북한 관련 리스크가 줄어들면 정치적 효과는 물론 간접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취임, G20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등 국제사회에서의 인지도 상승으로 국제기구 유치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 국제기구를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유치하기를 기대해 본다.

강영중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