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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종사 외국인 1200명 … 경기도 채용 금지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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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에서 구제역은 2000년과 2002년 발생한 뒤 수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올해 1월, 4~5월 경기와 충청 지역에서 각각 발생했다.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가 길어야 2주 정도여서 올 초와 봄에 발생한 구제역이 11월 말~12월 초 경북으로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 때문에 경북도는 해외 구제역 발생국에 다녀온 사람이나 동물·장비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안동의 구제역 피해 축산농민이 친목회원들과 함께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된 베트남에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가 도내에 구제역 확산 조짐을 보이자 구제역 발생 국가 출신 외국인 근로자의 축산업 및 관련 업종 채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만간 농림수산식품부에 관련 내용을 건의해 법제화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14일 양주·연천 돼지농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6개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도의 이 같은 검토는 경북뿐 아니라 올 상반기 경기와 충청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역학조사 결과 구제역 발생국에서 입국한 외국인·농장주 등이 구제역 전파의 전염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1∼5월과 9∼10월, 캄보디아에서는 1, 3, 5월 구제역이 각각 발생했다. 인도·중국·스리랑카·아프가니스탄·예멘은 일년 내내 구제역이 발생한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신고·등록된 외국인 축산업 종사자는 1200명에 달한다. 불법체류자까지 합하면 최소 3000명 이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베트남 등 구제역 발생국 출신이며 이들이 자국에서 즐겨 먹던 양고기 등 축산물을 아무런 소독 절차 없이 국내로 유입시켜 구제역 전파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도의 이 같은 방침에 축산농가와 외국인 근로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축산농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지 못할 경우 목장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성시 미양면에서 젖소 40여 마리를 기르는 최우연(49)씨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 3명을 두고 목장을 꾸려가고 있다”며 “가족이 아닌 이상 많지 않은 인건비를 주고 목장에서 일할 한국인을 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축산농들은 “검역 당국이 구제역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면 수년씩 걸린다” 고 말했다. 안성 S목장에서 일하는 한 베트남인은 “불법체류자는 몰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을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외국인 차별정책”이라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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