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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도 ‘결강’ 없는 열공파 … 정책 책임지는 ‘박근혜 스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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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7년 경선 후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는 모임이 하나 있다. 올 6월 지방선거 때 대구 달성에서 선거지원을 하다가도 이 약속이 잡히자 상경했을 정도다. 격주로 진행되는 교수들과의 스터디그룹 얘기다.

경선 때부터 자문그룹으로 활동한 신세돈(숙명여대 경제학)·김광두(서강대 경제학)·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김영세(연세대 경제학)·최외출(영남대) 교수가 팀원이다. 최 교수(행정학)를 제외한 네 명의 교수가 경제학자들이어서 공부의 주제는 경제나 복지문제 등에 집중됐다. 미국발·유럽발 세계 경제위기나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등 국내외적 경제 현안들에 대한 심층 토론이 이뤄진 모임이다.

 박 전 대표가 20일 주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정책 브레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다양한 정책 자문그룹을 두고 있다. 측근 의원들조차도 정확히 몇 개의 그룹이 활동하는지 모를 정도다. 컨트롤 타워가 따로 있어 이들을 총괄하기보다는 각각의 모임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자연스레 네트워크를 이루는 형태다. 박 전 대표는 주요 현안에 대한 토론을 할 때면 찬반 입장의 사람을 함께 불러 의견을 듣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고 한다.

 교수 스터디 그룹 중 안종범 교수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발의에 개입하는 등 복지 분야 조언자 역할을 한다.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성재(서울대)·안상훈(서울대) 교수도 ‘박근혜표 복지’ 입안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재정학자인 안종범 교수는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과 같은 대학(위스콘신대)에서 유학한 사이다. 안종범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최근 감세에 관한 입장을 밝힐 때도 이한구 의원과 함께 가장 많이 토론한 인물이다.

 김영세 교수는 친박인 이혜훈 의원의 남편으로 경제뿐 아니라 법률·언론 등에 관한 조언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광두 교수는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인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는 세우기)’를 기초했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던 1998년부터 정책적으로 조언해 왔다.

최외출 교수는 한국미래연합 대표 시절부터 박 전 대표에게 정책 자문을 해온 인물로 대구·경북 지역 교수들을 상대로 폭넓은 인맥을 가졌다고 한다.

 경제·복지 분야에선 관료 출신이나 전직 의원 출신 자문그룹의 활동도 활발하다.

 김종인 전 의원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발의 등 복지 분야에서 꾸준히 조언해 왔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지낸 남덕우 전 총리나 김용환 전 장관 등도 박 전 대표의 경제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전직 경제부총리나 경제부처 장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경우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이끄는 팀이 박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타계한 고 김일영 전 성균관대 교수도 오랫동안 조언해 왔다. 군사 분야는 김장수·황진하 의원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서상기 의원이 중심축이다. 9월 발간된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 책자의 공저자 및 편집자문위원인 정근모·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 금동화 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등도 이 분야의 자문그룹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조언자 그룹도 많다. 공개될 경우 오해를 부르거나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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