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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씁쓰레하다 / 씁쓸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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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씁쓰레하다’는 ‘씁쓸해하다’와 비슷하게 소리 나기 때문인지 다음과 같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사람들은 그 글이 월급제조기로 전락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씁쓰레했다.” “그는 지금까지 재일교포를 따뜻하게 받아들여준 곳은 없었다며 씁쓰레했다.” 이 문장들이 어째서 잘못된 것인지 다음 예들을 통해 살펴보자.

 ㄱ. 그들은 이렇게 장사가 잘된 적이 없다며 기뻤다.

 ㄴ. 그들은 이렇게 장사가 잘된 적이 없다며 기뻐했다.

 ㄷ. 그는 벌이가 시원찮으면 형에게 혼난다며 두려웠다.

 ㄹ. 그는 벌이가 시원찮으면 형에게 혼난다며 두려워했다.

 위 예문을 보면 ㄱ, ㄷ은 어색하고 ㄴ, ㄹ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문맥에서는 형용사인 ‘기쁘다, 두렵다’가 아니라 동사인 ‘기뻐하다, 두려워하다’를 사용해 주어의 감정보다는 동작에 중점을 두는 문장으로 써야 적절한 것이다. 서두의 예문들도 이와 같은 경우이므로 형용사인 ‘씁쓰레하다’가 아니라 동사인 ‘씁쓸해하다’를 써야 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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