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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인터뷰]신경숙의 문학세계 (2)

중앙일보

입력

신경숙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은 '외딴방'이라고 했다.

물론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가에 대해서 언급을 했으며, 어느 소설보다도 자신을 잘 들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지는 않았지만, 외딴방을 새롭게 꾸미는(?)
, 그러니까 보다 자신다운 소설로 만들어서 다시 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외딴방은 자신의 무의식 속의 억압된 의식으로부터 자신을 탈출시키고자 하는 마음, 그래서 현실과 꿈을 일치시키는 과정이 있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에 오빠 이야기를 몇 번 했다.

그 중에서도 오빠가 읽었던 책, 혹은 읽지 않았더라도 가자고 있던 책들을 읽으면서 문학과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즐거운 그리고, 어떤 소설가가 될 것인가에 대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신경숙의 소설에는 왜 악인, 즉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악역의 조연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선한 사람만 소설에 나오라는 법도 없지만 악한 사람이 반드시 소설에 등장해야 좋은 소설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많은 악인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여기서 우리는 신경숙씨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소설 외딴방에 의하면 그리 좋은 환경에서 자랐지 않았음에도….

어떤 소설가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녀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앞으로도 가장 신경숙 다운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런 거 있잖아요. 세월이 변함에 따라 자신을 잃고 남의 글을 쓰는.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저는 항상 제 소설을 읽은 독자들께서 아, 신경숙이구나 하고 느끼시도록 말이에요" 라고 했다.

가장 '신경숙 다운 소설'이라는 것이 어떤 소설일까?

그녀의 근래작 중의 하나인 '기타는 7시에 떠나네'를 빌어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진실한 사랑과 삶을 쓰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이해가 된다.

그 소설에서 신경숙은 자신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여는 전환적 의미를 가지고,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큰 줄거리로 삼고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들려주었으니까.

앞으로 자신의 이야기처럼 그녀의 문학세계가 우리에게 늘 그 자리에서 자리메김 하기를 바란다.

신경숙씨 앞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동안 문득문득,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처음의 기대처럼 이 가을날 저녁에 좋은 사람을 만나 정말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페 '빠체'의 마음 좋아 보이는 여주인이 빈 커피잔에 커피를 가득 다시 부어 주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갔다.

신경숙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나 이루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생각처럼 작은 것들을 이야기 했다.

"진실을 담은 소설을 쓰고 싶어요. 물론, 소설이라는 것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독자가 해석하는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겠더라구요."

그러면서 그녀의 소설 쓰기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은 주인공과 같이 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시장도 같이 보고, 밥도 같이 먹고. 기끔 생기는 외로움 조차도 같이 나누는, 그래서 사람들이 저의 소설을 읽고는 항상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들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주인공들을 한 걸음 뒤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랬을까? 그녀의 얼굴에는 최근에 읽은 소설의 주인공 '기차는 7시에 떠나네'의 하진이 아직 남이 있는 듯 했다. 물론 하진은 성우였지만….

최근 들어 신경숙의 소설이 상업적이라는 평이 간혹 나오는 데 그것에 대해서 본인의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신경숙은 반문 했다.

"기자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순간적으로 참으로 난감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인터뷰 도중에 나의 질문을 되받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니까.신경숙이 그걸 알았을까? 한 번 웃더니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저는 저의 독자뿐만 아니라, 요즘 책을 읽는 분들의 의식이 결코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이 읽혀지는 책이라고 해서 모두 상업적 소설은 아니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상업적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을 갖고 있지도 않구요. 세월이 조금 지나고 나면 제 소설에 대한 보다 확실한 평가가 내려지겠지요."

그리고 자신이 보다 작품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하는 말로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신경숙.

물론 지금도 정상의 자리에 있지만 다가올 21세기를 대표할 선두주자임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다.

"인터넷쪽으로 인터뷰하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앞으로는 관심을 많이 가질게요. 여러분, 좋은 가을 되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거리는 비로 젖어 있었고 밤은 더욱 을씨년스러웠지만, 돌아 오는 길은 너무나 행복했다.

이상현 인터넷 명예기자

<yish1202@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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