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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재 때문에 … 민주당 맥 빠진 노숙투쟁 열흘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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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9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19일로 열흘째다. 일요일인 이날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날치기 4대 강 예산 무효 및 이명박 독재 심판 규탄 결의대회’에는 당직자·당원 등 1000여 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28일까지 전국 순회투쟁 일정을 소화한 뒤 내년에도 장외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직자들을 만나면 내심 고민이 적지 않다. 당 대표가 직접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데도 열기가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부산(16일), 창원(18일) 집회에선 다른 야당과의 공동 행사였는데도 400~500명이 모였을 뿐이다. 당 내에선 그 이유로 ‘3재(災)’를 꼽는다.

 ①연말연시 반복되는 이슈=투쟁 동력이 살아나지 않는 건 연말연시라는 특성에다 강추위까지 더해지면서 인력 동원이 쉽지 않아져서다. 또 민주당이 제기하는 이슈가 해마다 반복되는 이슈란 점도 든다. 지난 8일 ‘폭력 국회’ 때문에 정치권을 보는 여론의 시선도 냉담한 편이다. 윤종빈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 예산안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은 이를 정치적 주도권 싸움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②연평도 정국과의 불일치=지난달 23일, ‘대포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했던 손학규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 소식에 서울광장 노숙투쟁을 하루 만에 접고 국회로 돌아와야 했다. 시급한 안보 이슈가 계속 전개되면서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와 군 당국이 19일에도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안보 이슈에 대한 불안감이 커가고 있다. 장외로 나선 민주당으로선 그만큼 썰렁한 상황이다.

 ③당 대표만 보이는 투쟁=장외투쟁이 계속되며 당 일각에선 “손학규만 보이고 당은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새로운 이슈 없이 집회가 반복되다 보니 손 대표의 결기 외에는 크게 도드라져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다.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민주당이 택한 방향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 전체에 있다고 보는 국민들의 불신도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제는 출구전략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언제까지’와, ‘어떻게’에 대해 답을 내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민주당 시절 고 김대중 대통령은 “장외투쟁은 나가는 것보다 접고 들어오기가 더 어렵다”고 말하곤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내년에도 지금 같은 방식으로 투쟁해서는 곤란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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