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광장에서 만난 츠카모토 신야 감독

중앙일보

입력

17일 일요일 저녁 남포동 PIFF 광장에서는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쌍생아(Gemini)〉로 초대된 츠카모토 신야(Tsukamoto Shinya) 감독이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쌍생아〉는 의사로 부유한 삶을 누리던 유키오와 부모에게 버림받아 거지로 살아온 수테키치, 이들 쌍둥이 형제의 관계를 그린 영화로 츠카모토 신야 감독 특유의 사이버펑크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동경의 주먹〉과 〈총알발레〉로 1회와 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된 바 있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존재. 이날 저녁에도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열성팬들이 많이 모여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으며 〈쌍생아〉의 매진으로 아직 작품을 접하지 못한 관객들은 〈쌍생아〉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리를 같이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일본영화 담당자의 사회로 이루어진 이날의 만남은 사회자의 〈쌍생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이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팬들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사회 : 이전 부산국제영화제와 올해를 비교해 본다면?
▶ 이전과는 달리 극장시설과 음향 등이 많이 좋아졌다.

사회 : 감독은 촬영기간이 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의 경우는 어떠했나?
▶ 데츠오같은 영화는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쌍생아〉의 경우 출연한 영화배우들이 아주 대중적인 배우들이어서 시간적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기간은 짧았다.

사회 : 이전 영화들의 경우 배우로도 출연했었는데 이번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이유는?
▶ 난 배우도 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카메라를 맡았기 때문에 출연하지 않았다. 배우도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가지를 다 하기는 힘들다. 이번에는 카메라에 열중했다.

사회 :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영화광들이 많이 온다. 영화업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나도 10년동안 영화를 했지만 잘난 척하며 무어라 말을 해주기는 힘들다. 영화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천재성을 실현시키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사회 : 다른 영화제에도 많이 초대되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와 다른 영화제를 비교해본다면?
▶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활기차다.

사회 : 예전에 방문했을 때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봤었는데 올해도 사진기를 가지고 왔는가?
▶ 그렇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주머니에서 사진기를 꺼내 관객들을 찍은 후 자신을 찍고 있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장난스럽게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이후 마이크는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관객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영화와 당신을 좋아하는데 인기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가르쳐 달라. 나도 알고 싶다.

다시 마이크를 돌려받은 관객은 츠카모토 신야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좋다고 대답했다.

사회자가 일본에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을 처음 만날때 가죽바지를 입고 쇠사슬을 둘러찬 무서운(?)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귀여운(!) 사람이 나왔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츠카모토 신야 감독에게 스스로 자신이 귀였다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한국어로 "네"라고 대답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웃음을 짓다가 곧 농담이라고 정정했다. 이어 사회자에게 당신도 잘 생겼다고 화답하며 영화배우 금성무를 닮지 않았냐고 관객들에게 묻기도 했다.

다시 분위기를 돌린 사회자가 한국에서의 일본문화 개방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사회 : 한일간 영화교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의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일반극장에서 상영되지는 못 하겠지만 빠른 시간내에 일반극장 상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한일간 영화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기를 빈다.

사회 : 한일감정에 대한 생각은?
▶ 나는 전후세대이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은 없다. 나의 영화가 상당히 폭력적임에도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고 교감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이러한 교감이 계속되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를 완전히 잊자는 말은 아니다.

이어 다시 관객들의 질문을 받았다.

관객 :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평범한 것을 독특한 시선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주 접하게 된다. 창작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 나는 만화세대이다. 그렇기 떄문에 나의 영화속엔 애니메이션적인 요소가 있다.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관객 : 현재 고등학생이다. 영화감독이 되고싶다. 학업이 영화감독이 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 나도 중학교때까지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다. 공상만 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영화를 자주 봤으며 학업을 포함하여 각종 운동 등 여러가지 경험을 하였다. 바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8mm 카메라가 있다면 주변의 여러 사물과 상황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보아라. 처음에는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질타와 야유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에서 온 한 관객이 질문을 던졌다.)
관객 : 일본에서 당신은 스타감독이 아닌데 부산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 일본에서는 나를 단지 이상한 놈으로 생각한다. 천국과 지옥 사이이다.
(웃으며 대답한 츠카모토 신야 감독에게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질문을 마치고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자리에서 간단한 사인회를 가졌다. 관객들의 질문에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대답하였으며 때때론 아이같은 장난스러움으로 많은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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