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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가운데 타인 존중하며 인간관계 배우는 두뇌 게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7호 03면

신의민(가운데)씨가 문화센터에서 브리지 강의를 하고있다.

-브리지는 주로 누가 배우나요.
“10년 전 처음 문화센터 강좌를 개설했을 당시만 해도 회원의 70%가 외교관 부인이었죠. 외국 사교모임에 끼려면 브리지게임이 필수거든요. 그러다 지인들에게 권유하면서 알음알음으로 퍼지고 있어요.”

-브리지를 하면 좋은 점은.
“건강해지려고 운동들 많이 하죠. 그런데 몸관리만 하지 말고 머리 관리도 해야 하거든요. 배우러 오시는 분들 보면 처음엔 카드52장도 잘 못 세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면 머리가 점점 좋아져서 70대에도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어요. 게임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가는데, 사람들은 하루종일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합니다. 그만큼 두뇌를 위해 일을 한 셈이니까. 또 나이가 더 들어서 혼자 살게 되거나 병이 들어 다른 일을 못해도 인터넷으로 누구와든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 노후를 위한 준비가 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보급이 잘 안 된 것 같아요.
“브리지를 잘 모르고, 카드는 도박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에요. 90년대 대학로 중국집에서 모여서 할 때는 실제로 경찰서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외국에선 길 가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브리지에 대해 알고 존중하죠. 예전에 미군부대에서 할 때는 외국인들이 자기 아이들더러 ‘좋은 게임을 하니까 가서 구경하라’고 할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부모들이 못하게 해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100만 달러씩 출자해 어린이를 위한 브리지 펀드를 만들어 초등학교에서 클래스 여는 것을 지원한다는데, 대중화가 되려면 학교에 보급돼야 합니다. 브리지를 배우면 수학, 영어까지 성적이 오르기 때문에 외국에선 오히려 부모들이 원하죠. 우리나라에서도 중·고등학교에서 시도해 본 적이 있지만 애들은 재미있어 하는데 부모가 반대해서 안 돼요. 빌 게이츠가 요즘 브리지에 빠져 일도 잘 안 한다는데, 그 사람들은 사람을 뽑을 때도 브리지 잘하는 사람을 뽑아요. 파트너십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인 능력만 있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거든요.”

-룰이 많고 에티켓이 까다롭다고 하는데.
“룰과 에티켓을 터득해 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기술을 배웁니다.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파트너를 돕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키우게 되고 사회생활에서도 성공할 수 있죠. 일례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가 특유의 파트너십으로 게임을 잘 리드하는 굿 플레이어로 유명한데요. 누구라도 같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1순위 대상일 정도라, 그래서 남편을 성공시킨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입니다.”

-초보자들이 배우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요.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정식으로 강좌를 수강할 것을 권합니다.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가 있고 한국브리지협회 청담회관에서도 강좌가 있습니다.”

-브리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Bridge is Life’. 브리지는 인간의 삶 자체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드러나죠. 파트너와의 팀워크가 부부 간의 그것보다 중요하고, 또 상대팀과의 관계 속에서 타인을 어떻게 존중해 줘야 하며, 또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를 배우기 때문에 좋은 사회 모델로 볼 수도 있죠. 킹과 퀸이 같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부부관계의 교훈을 얻는 등 게임을 할 때마다 생활의 모든 면을 응축하고 있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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