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지성 포스 이어받을 ‘포스트 박지성’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박주영(왼쪽)과 김정우.

박지성(29·맨유)이 내년 1월 아시안컵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자 한국축구는 큰 숙제를 받았다. ‘포스트 박지성’을 찾는 것이다.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주장으로, 왼쪽 또는 중앙 미드필더로 ‘미친 존재감’을 뽐냈던 만큼, 박지성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다.

 대형 스타 은퇴 뒤 위기는 반드시 온다.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 데니스 베르흐캄프는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0)을 끝으로 은퇴했다. 베르흐캄프의 역할은 파트리크 클뤼베르트가 맡았지만, 네덜란드는 2002년 월드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잉글랜드도 주전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가 은퇴하자 유로 2000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독일 역시 ‘영원한 주장’으로 불리던 로타어 마테우스가 떠난 뒤 유로 2000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녹슨 전차 구단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역할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 빈자리는 여러 명이 함께 메워야 한다.

 선결 과제는 차기 주장 선임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주장 가능성을 보인 박주영(25·AS모나코)이 유력한 가운데 일부 축구인은 “아직 A대표팀 주장 역할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우(28·상무)도 차기 주장 후보군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허정무팀에서와 달리 조광래팀에서 김정우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하다. 이영표(33·알 힐랄)·곽태휘(29·교토상가) 등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조광래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큰 흐름상 어울리지 않는다.

 미드필드 포지션 공백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구자철(21·제주)·기성용(21·셀틱)·윤빛가람(20·경남) 등이 성장하고 있다. 1~2년 후에는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자철·기성용·윤빛가람은 박지성과 같은 왼쪽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다. 광의로 한국 미드필더 자원이 쑥쑥 크고 있으니 걱정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왼쪽은 ‘제2 박지성’이라 불리는 김보경(21·세레소 오사카)과 조영철(21·니가타) 등이 공백을 메운다.

 그러나 그간 가동된 ‘박지성 시프트(경기 상황과 상대에 따라 박지성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것)’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는 게 축구계 분석이다. 이청용(22·볼턴)에게 역할을 맡길 수 있지만 아직 중앙에서 활약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서귀포=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